두려움 마주보기

Seung-Hwan Shin
Seung-Hwan Shin · 체코에 사는 싱글 대디
2022/03/11
난 겁이 참 많은 아이였다. 어두운 것을 싫어했고, 으슥한 곳을 두려워했고, 갑자기 들려오는 새소리 개 짖는 소리도 무서워했다. 귀신 이야기는 특히 무서워해 전설의 고향을 엄마 옆에 껌딱지처럼 딱 붙어서 보고선 푸세식 화장실 가는 게 세상에서 가장 큰 두려움이었다. 중학교 때 학원 가는 길에 무당 집이 있었는데 학원을 마치고 어둑해진 시간에 그 앞을 지나는 일은 엄청 힘든 일이었다. 밖에 세워진 대나무, 거기 달려있는 화려한 색상의 연등, 그리고 아직도 기억이 나는 강렬한 향냄새는 내가 그 앞을 지나가면 보이지 않는 큰 손이 나를 낚아채 안으로 끌고 들어가는 상상을 일으켰다. 나이가 들며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했지만 어둡고 사람이 없는 길을 지날 땐 왠지 몸과 마음이 쪼그라드는 느낌이 들었다. 
이 두려움을 우연히 원치 않았지만 자진해서 마주봐야하는 상황이 있었다. 까미노 순례길에서였다. 숙소를 예약하지 않아도 언제든 어떻게든 잠 잘 곳은 있을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으로 길을 걷던 삼일차였다. 일찌감치 숙소에 도착해 샤워를 하고 시원한 맥주에 점심을 먹고 핸드폰을 하던 참이었다. 나 보다 앞서 와있던 순례자 친구들이 있었다. 이탈리아에서 와따고 했다. 그 친구들이 내 옆 식탁에 앉더니 어디론가 계속 전화를 하는 것이었다. 무난히 계속 통화를 하는게 아니라 끊고 또 걸고, 다시 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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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에 체코에 넘어와 지금까지 살고 있는 외노자 싱글 대디입니다. 운동, 건강, 부, 경제적 자유, 크립토커런시, 블록체인, 환경, 어린이의 교육과 웰빙, 진정한 민주주의 등에 관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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