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을 지워주는 일, 하우스키핑
2022/04/26
캐나다에서 무슨 일을 할까?라는 질문을 한국에서부터 스스로에게 했다. 반대로 많이 들었던 질문이기도 하다. 사실 질문을 바꿔야 했다.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듣는 것도 버거운 나의 영어 실력이 그 이유였다. 그러다 우연히 하우스 키핑이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다. 쉽게 말하면 투숙객이 떠난 호텔방을 청소하는 일이었다. 유창한 영어 실력보단 건강한 신체가 필요했고, 성실함만 있으면 충분했다. 자신 있는 거라곤 건강한 팔과 다리이었고, 나름 성실한 내게 적합한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코로나 전, 관광지이자 호텔 산업이 많이 발달되어 있는 휘슬러에서 워홀 생활을 보냈다. 밴쿠버에서 2시간 정도 차를 타고 이동하면 나오는 시골이긴 했지만, 휘슬러 빌리지에 생활에 필요한 것들은 다 구할 수 있었다. 많은 호텔 중 휘슬러 포시즌 호텔을 선택했고, 2차례의 면접 끝에 채용이 되었다.
하우스키핑 일은 꽤나 고단했다. 침대를 만들기 위해 시트를 빼고 넣는 작업은 나에게 고난이었다. 앉았다가 일어서기를 반복하고, 윗몸을 굽혔다가 펴자면 허리가 들쑤셨다. 조금만 부주의하면 뒤집어 있는 시트를 그대로 깔 수 있어 항상 주의해야 한다. 킹사이즈인 침대 양 쪽을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며 걷는 양도 무시할 수 없었다.
이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이 과정들이 진절머리가 나고 화가 솟구쳤다. 하지만 이러한 감정도 잠시 머물다 가는 구름처럼 금방 사라져 갔다.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 반복하다 보니 내 감정의 날카로운 면은 물러지고 자동화된 기계처럼 할 수 있는 지경에 달았었다. 더러웠던 방이 깨끗하게 치워진 모습을...
주로 캐나다 소도시인 '스쿼미시' 라는 곳에 살면서 얻은 소중한 것들을 기록하기 위해 씁니다. 종종 여행을 다니면서 건진 소중한 경험 들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찬찬히 음미하시면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