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을 차별하는 입법의 기원 [입법 디깅]

김재윤
김재윤 · 입법 종사자
2022/02/10
앞의 글 파산한 사람을 두 번 울리는 우리 법률 [입법 디깅]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에만 있는 파산한 사람 두 번 울리는 이 결격사유 규정들은 왜 입법되었을까요?

현명한 기계님, 저 대신 디깅을 해주십시오

답을 찾기 위해 법률 텍스트를 팠습니다. 그런데 이걸 수작업으로 다 읽고 찾으라고 하면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프로그래밍의 힘을 빌렸습니다. 다행히도 결격사유 규정들은 다음과 같이 전형적인 구조(가끔 예외는 있음)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조(결격사유)" 라는 조문과 조제목의 구조를 가지고 아래 각 호에서는 사유들을 나열하는 방법입니다. 아래 국가공무원법 제33조의 예를 보시죠.

제33조(결격사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 
1. 피성년후견인
2. 파산선고를 받고 복권되지 아니한 자
...

70년간 법률 텍스트를 웹크롤링으로 우선 수집하고, 특정 시점의 현행법 텍스트를 질서정연하게 불러온 다음에,  각 조문별로 결격사유 패턴을 인식하도록 합니다.  패턴 인식에는 키워드 일치 여부와 정규표현식을 썼습니다. x-ray를 여러장 찍어서 CT를 만들듯이, 각 연도말 기준으로 이 작업을 반복합니다.

1949년의 발단

분석 결과 1949년에 국가공무원법을 제정한 것이 모든 일의 발단이었습니다. 한국 최초의 결격사유입니다. 정부가 제출한 국가공무원법안 초안에는 파산한 사람을 결격하지 않았습니다. 김동준 제헌 국회의원께서 수정안을 제출했고 통과되었기 때문에 그렇게 되었습니다. 

1949년 7월 2일 국회 본회의 국가공무원법안 제2독회
◯김동준 의원: 제가 수정안 낸 것은 간단합니다. 금치산자와 준금치산자 밑에 파산선고자를 하나 넣자는 것입니다. 1) 왜 그러냐 하면 대개 생활을 본다 하드라도 파산선고를 당한 사람은 개인의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관계이런 사람국가의 중대한 일을 맡긴다는 것은 대단히 고려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2) 또 하나는 법률 체제로 봐서 금치산자와 준금치산자가 있을 것 같으면 파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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