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체제의 계승과 극복을 위해서 - 1987년 6월 민주항쟁

강부원
강부원 인증된 계정 · 잡식성 인문학자
2023/06/09
독재권력의 항복 선언에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려는 시민들이 거리로 몰려 나와 있다. 출처-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87년 체제의 계승과 극복을 위해서 - 1987년 6월 민주항쟁
   
6.29 민주화 선언
   
1987년 6월 10일 서울역 앞 광장에 모인 100만 명의 시민과 학생들은 성난 군중의 힘이 얼마나 위대하고 강한 것인지를 몸소 체험했다. 엄청난 인파가 한데 모이니 발을 굴러 대지에 진동을 일으키고, 큰 함성으로 하늘을 깨트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도심과 대학 인근에서 산발적으로 펼쳐지던 학생들의 화염병 시위가 직장인을 비롯한 시민 모두가 함께 참여하는 집회 및 행진으로 뒤바뀌면서 전두환 정권은 위기를 직감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소수의 과격한 투쟁보다 다수의 평화로운 움직임에 더 겁이 났다. 

서슬 퍼런 군사독재정권 하에서 민주화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일이란 자신의 모든 것을 내걸고 감행하는 도전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지만 ‘권인숙 성고문 사건’, ‘박종철 고문치사 조작 사건’, ‘이한열 최루탄 피격 사건’을 연이어 경험하며 이제 한국의 평범한 시민들도 더 이상 독재정권의 횡포를 방관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가 시위대로 합류했다. 6월 민주항쟁을 통해 ‘권인숙’, ‘박종철’, ‘이한열’이라는 이름은 한국 민주화 역사에 잊을 수 없는 고유명이 됐다.
서울역 회군의 현장. 지금은 사라진 서울역 고가차도 아래 수만 명의 시위대가 모여 있다. 출처-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6월 민주항쟁이 절정의 국면으로 치닫자, 전두환 독재정권은 1980년 광주에 이어 서울에서도 군 병력을 출동시켜 광장의 시민들을 쓸어버릴지 혹은 시민들의 직선제 개헌 요구를 수용하고 물러날 지에 대해 고민하며 둘 사이의 선택에서 갈팡질팡 한다. 한 번 더 군(軍)을 개입시켜 시민들을 제압한다면 ...
강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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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신문과 오래된 잡지 읽기를 즐기며, 책과 영상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 인문학자입니다.학교와 광장을 구분하지 않고 학생들과 시민들을 만나오고 있습니다. 머리와 몸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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