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당황한 한국사 - 역사는 왜 배우는가?

이문영
이문영 인증된 계정 · 초록불의 잡학다식
2023/11/16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 사람들은 대개 점잔을 빼며 이렇게 말할 것이다.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하지."

대체로 다 읽은 적은 없지만 언제나 대학 교양 필독서로 등장하는 E. 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에 나오는 명구이다. 그럼 역사를 왜 배우는가라고 묻는다면 뭐라 할 것인가?

과거를 통해서 미래를 알기 위해서 배운다는 답변이 가장 일반적일 것이다. 원래 동양에서는 역사를 제왕학이라고 했고,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로 대표되는 미래를 알기 위한 학문으로 이해되는 경우가 많다.
2013년 7월 28일 동아시안컵 한일전에 걸렸던 플래카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은 신채호가 한 말이라고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것은 잘못 알려진 것이다. 아무튼 이 말은 과거를 잊지 않고 거기서 교훈을 찾아서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하는데 이용해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역사를 실용의 차원에서 필요한 학문이라 여기는 것이다.

신채호가 역사에 대해서 내린 정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매우 익숙해서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바로 "역사은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이라는 말이다. 여기서 '아'라는 것은 우리, '비아'는 우리가 아닌 다른 것을 가리킨다. 즉 우리와 남의 투쟁이 역사라고 신채호는 말했던 것이다. 이 말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사이비들은 일본에서 유학하고 온 역사가들을 친일파라고 분류한다. 한국 사람은 일본사만은 절대 배워서는 안 된다. 일본사를 배운다는 것은 친일파, 매국노가 되는 길이기 때문이다. 특이하게도 영국사나 독일사, 미국사를 공부하는 것에는 이런 잣대를 대지 않는다. 가끔은 중국사를 공부한 사람에게도 이런 말을 하기도 한다.

사실 신채호가 이런 말을 한 것은 사회진화론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신채호는 훗날 사회진화론이 잘못된 것을 알았지만, 이 내용이 <조선상고사>에 실리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큰 ...
이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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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텔·이글루스에서 사이비•유사역사학들의 주장이 왜 잘못인지 설명해온 초록불입니다. 역사학 관련 글을 모아서 <유사역사학 비판>, <우리가 오해한 한국사>와 같은 책을 낸 바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역사를 시민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책들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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