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는 처음이라] 1. 양서류의 삶

홍수정 영화평론가
홍수정 영화평론가 인증된 계정 · 내 맘대로 쓸거야. 영화글.
2024/07/23
마침내 엽떡과 탕후루 콤보로도 견디기 힘든 순간이 왔다. 하루를 버티기 위해 투입한 자극적인 것들은 나를 잠깐 위로하는 듯하다 다음 날이면 더 짓궂게 괴롭히고 무너뜨렸다. 그래도 끊기 어려웠다. 아마 나는 그것들이 안겨주는 통증에 가까운 자극으로 혀뿐만 아니라 머리까지 얼얼하게 마비시키고 싶었나 보다. 

그때 나는 아침에는 일어나고 싶지 않았고, 낮에는 과다주입한 열정으로 발작적으로 일했고(그러면서 성공을 향해가고 있다고 스스로를 설득했고), 저녁이 되면 오징어만 쏙 빠져나온 오징어튀김옷처럼 흐물흐물한 밤을 보냈다.
 
내게 직장인의 삶이란 일 할 때에 내 속의 자원을 바닥까지 긁어모아 쓰고, 쉴 때에 다시 채워 넣는 작업의 반복이었다. 이 작업은 한동안 꽤 즐거웠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마음속 곳간을 채워 넣는 일조차 피로하게 느껴졌을 때, 그래서 삶의 밸런스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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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한 영화잡지사에서 영화평론가로 등단. 영화, 시리즈, 유튜브. 문화 전반에 대한 글을 씁니다. INF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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