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승수효과 ㅣ 이 무식한 양반들아
2024/03/21
욕을 예술로 승화하는 데 천부적 자질을 갖춘, 16년 동안 쌍욕을 연구하신 쌍욕 전문가 " 어머찰지게쌍욕하신다성석제 " 선생은 << 도망자 이치도 >> 라는 소설에서 다음과 같은 욕을 흐드러지게 말한다.
" 아아아, 지미랄 것, 너희 똥도 못 처먹는 개새끼들, 다 나와. 너 술도가 나와. 너 농약 가게 하는 놈 나와. 너 고무신 장수 나와. 너 기름 팔아처먹는 놈 나오고 떡쳐서 파는 놈, 말고기를 소고기라고 속여 파는 놈 나와. 쌀 배달하는 놈, 소리사 하는 놈 다 나와. 철공소, 목공소, 철물점, 대장간, 도장집, 문방구, 성냥공장, 엿도가, 고물상 나와라. 우체국, 경찰서, 읍 사무소, 세무서, 소방서 다 나오란 말이다. 개새끼들아, 나왔으면 일렬로 서. 이놈의 새끼들, 내 마누라하고 재미 본 그 대가리들, 잘 놀게 내가 그냥 놔둘 줄 알았냐. 야, 너 흔들거리는 놈, 똑바로 서 ! 내가 땜장이라고 우습게 봤어. 사나이 봉달이를 우습게 봤다 이 말이야. 내가 오늘부터 너희 대가리에 헛구멍난 걸 몽땅 때우겠다 이 말씀이야. 너희 마누라들, 그 구멍도 다 때워버리겠어. 이눔의 새끼들, 똑바로 안 서 ! 차렷, 열중 쉬어, 차렷, 경례 ! "
걸쭉한 입말의 향연'이 압권이다. 욕을 하려면 이 정도는 해야 한다. 소설 속 봉달이'는 좀 띨띨한 사내다. 사내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은 분명하다. 오죽했으면 봉달이 마누라의 욕정'을 온 동네 남정네들이 채워줬겠는가. 이 소설에서 봉달이 마누라는 방석집 작부로 나온다. 내가 소설 << 순정 >> 에 나오는 욕 배틀을 보면서 깨달은 것 중 하나'는 직업의 다양성'이다. 소설을 읽다 보니 그 옛날의 가게들이 떠오르는 것이다. 장사 안 되는 횟집 수족관의 개불처럼 흐늘흐늘한 봉달이 아저씨는 술기운에 용기를 내어 저잣거리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