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 군대 이야기 (7) 모였다가 흩어지고 또 만난 인연과 우연

정광헌 · 낙서글과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사람
2024/02/13
1975년 1월 27일경 밤에 101 보충대에서 5군단 사령부에 도착하여 내무반에서 그날 밤을 자고 다음 날 나를 비서실 사무실로 데려간 최 상병은 본인의 옆자리에 나를 앉혔다. 그 자리는 며칠 전에 제대한 분(최 상병의 사수)이 쓰시던 자리인데 책상 위에 타자기 하나만 있을 뿐 아무것도 없이 깨끗이 정리되어 있었다. 나는 그날부터 제대하던 날까지 이 자리에서 근무하게 되었는데, 그날 서랍을 열어보니 종이 한 두 장 외에는 아무것도 없이 비어있었다. 그런데 서랍 속의 나무판 위 여기 저기에 볼펜 자국이 있고 작은 글씨와 그림이 낙서처럼 남아있었다. 아마도 물걸레로 닦아도 지워지지 않아서 그냥 놔둔 것 같았다. 그중에 눈에 들어오는 “임xx”이라는 글씨가 있었는데 사람의 이름인 것 같았다. 나중에 다른 설합들과 버려진 서류 쪼가리들에서도 비슷한 낙서와 그림이 발견되었는데. 그 이름도 아무렇게나 여기저기 적혀있었다.
 
 누구 이름이냐고 물어보니, 내가 오기 며칠 전에 제대한 최 상병의 사수 비서실 타자병의 이름인데 고려대 1학년을 다니다 입대하였고, 코메디언을 뺨칠 정도로 좌중을 웃기곤 했던 재미있는 분으로 부대에서 누구나 다 그 분을 좋아하였다고 하였다. 그리고, 사령부(CP) 앞 잔디밭에서 임병장 그리고 다른 당번병들과 함께 축구를 하던 일, 이동(군대 밖 마을)에 함께 외출나갔던 이야기 등 그 분과 함께 지낸 추억담을 이야기해주었다. 김정규 상사도 가끔씩 “임 병장이 졸병일 때 서울로 함께 업무 출장을 가서 삼선교에 있는 임 병장 집에 갔었는데, 야 부잣집이더라” 등으로 시작하여 임 병장과의 추억담을 이야기하였다.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주변에서 그를 그리워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임 병장을 언젠가 한번 만나고 싶다고 생각하였다. 
 
 비서실장의 타이프 시험에 통과한 후 얼마 안 지났을 때인 4월 26일(토), 선임하사의 지시로 서울에 일박이일 업무 출장을 나오게 되었다. 종로 2가 근처에 있던 화동 산업이 라는 곳에서 제작한 상패와 지휘봉을 찾아오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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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장년 시절 종합상사에서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격렬하게 뛰어다니며 한국 상품의 해외 시장 개척에 진력하였습니다. 은퇴 후에는 국내 중소 중견 기업들의 해외 시장 개척 전략 수립과 고객 확보 지원 사업을 개인사업으로 영위했습니다. 이제 노년이 되어서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취미를 갖고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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