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적 꿰겠네!

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4/10/02
이상한 날들의 연속이다.
우선, 옷을 수선하다 바늘을 잃어버렸다. 검은색 옷을 검은색 실로 꿰메니 잘 보이지가 않았다. 그 상태로 장시간 수선을 하다 보니 눈에 피로가 쌓여 눈꺼풀이 절로 내려앉을 지경에 이르렀다. 아이고, 더는 못 하겠네. 미완성 된 옷을 침대 구석에 미뤄 놓고 그대로 잠들고 말았다. 바늘을 꽂아 둔 채로.

다음 날, 수선을 마저 끝내려 옷을 끌어오니 어라, 바늘이 안 보이네. 어제 분명히 실에 꿰인 채 옷에 메달려 있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 작지도 않고 꽤 큰 바늘인데 못 찾으면 어떡하지. 이불을 탈탈 털고 침대 위를 샅샅이 찾아봐도 안 보였다.
옛날에 어른들은 바느질 하다 바늘을 잃어버리면 '산적 꿰겠네' 하고 말씀하시곤 했다. 산적이란 명절이나 제사 때 여러 재료를 작은 꼬치에 꿰어 전을 부친 걸 말한다. 잃어버린 바늘에 살이 찔리면 마치 제사상에 오르는 산적 신세같다고 하니 표현이 얼마나 해학적인가.
바늘을 못 찾으면 나야말로 산적 신세가 될 판이다. 그것도 침대에서 잃어버렸으니.
바늘은 며칠 지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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