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도, 가족이라는 사이비 악마집단으로부터 살아남는 법

백승권
백승권 인증된 계정 · Writer & Copywriter
2023/08/11
호도



나는 매일 나쁜 일을 기다리며
나를 파괴하는 놀이를 했다.

호도라는 이름은 호도 애비가 호두과자를 먹다가 지었다. 호도는 태어나서 마주한 모든 사람으로부터 폭력을 당했다. 성폭력, 가정폭력, 언어폭력, 아동학대, 정서학대, 뭐라고 부르든 호도의 세계는 폭력이 공기이자 담장이었으며 존재 이유 같았다. 죽을 때까지 맞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았다. 사람. 사람이 이렇게 살아야 한다니. 호도는 어릴 적부터 어둠 속에서 혼자 우는 날이 많았다. 모든 시간대가 모든 나날이 어둠 그 자체였다. 사람 같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귀신이 보이기 시작했다. 귀신은 무섭지 않았지만 사람들에게 맞을 때는 피가 나고 얼굴이 찢어지고 이빨이 뽑히고 머리가 헝클어졌다.

너무 우울해서 죽고 싶었다.

그림을 그리고 주변에서 관심과 인정을 받기 시작하면서 호도의 가파른 인생 곡선은 조금 완만해지는 것 같았다. 뿌리 깊은 불행을 겪은 이들은 이런 변화가 어색하다. 비정상 비상식으로 가득 채워진 삶을 살다 보면 호의와 칭찬을 의심하고 원래 상태를 향한 회귀 본능이 꿈틀거린다. 침울하고 참담한 대우를 받고 감정이 파괴되어야 했던 상태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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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ywriter. Author. 『저항 금기 해방-여성영화에 대하여』, 『너의 시체라도 발견했으면 좋겠어』, 『도로시 사전』, 『광고회사를 떠나며』, 『저녁이 없는 삶』 등을 썼다.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 sk027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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