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를 잡자! 쥐를 잡자! 찍.찍.찍. - 김소진의 「쥐잡기」

강부원
강부원 인증된 계정 · 잡식성 인문학자
2023/11/03
관악구 봉천동 달동네 풍경. 출처-중앙일보

쥐를 잡자! 쥐를 잡자! 찍.찍.찍. - 김소진의 「쥐잡기」
   
전반적인 차원에서 ‘아버지’와 ‘아들(민홍)’ 간의 이데올로기적 사유 체계 대한 감각은 김윤식을 비롯한 선배 비평가들의 논점에 동의한다. 비극적인 아버지의 운명과 자신의 삶의 모습을 ‘쥐잡기’라는 상징으로 표현한 「쥐잡기」는 ‘민홍’의 가족사를 다룬 작가의 내면 기록이지만 바로 ‘쥐잡기’로 상징되는 80년대 20대를 보냈던 청년 지식인의 90년대적 현실에 대한 맞서기가 시작된다는 점에서 단순한 가족 일상사의 기록을 넘어서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쥐잡기」를 통해 읽어내야 할 것은 한국 전쟁과 분단의 비극을 거친 ‘아버지’의 현실을 ‘아들’의 90년대 상황에 어떻게 적용해 나가야 하는 점이다. 

‘민홍’에게 아버지는 극복해야 할 대상이자 연민의 대상이기도 하다. 사라져버린 아버지를 찾는 일은 아버지의 역사와 만나는 일이며 아버지에 대한 애증이 교차하는 것은 끊임없는 역사의 반성과 성찰이 교차하는 지점인 셈이다. 아버지의 무기력한 삶은 어머니인 ‘철원네’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의 조롱거리가 되기도 하지만 그 초라한 삶의 이면에는 거대한 이념과 야만의 시대가 버티고 서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읽어낼 수 있다. 한국전쟁이라는 이념의 횡포는 아버지의 삶을 총체적으로 규정해 놓은 추악한 괴물의 모습이었다.
   
“아버지는 전쟁포로로 나온 사람이었다. 아버지는 전쟁포로라는 말 대신 피 떠블유라는 말을 즐겨 사용했는데 말끝마다 우리가 뭐 앞에 총이 뭔지나 알았겠니 하며 계면쩍은 미소를 짓곤 했다. 두 손을 바짝 쳐든 덕에 죽지 않고 포로가 되었다.”
   
“사람 목숨이 파리 목숨과 진배없던 시절이라 살아남기 위해선 침묵으로 일관해야 했다. 수용소 안에서 좌우충돌로 양쪽에서 무수한 사람들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는 걸 목격한 아버지로서는 당연한 처신으로만 여겨졌다. 사...
강부원
강부원 님이 만드는
차별화된 콘텐츠, 지금 바로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옛날 신문과 오래된 잡지 읽기를 즐기며, 책과 영상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 인문학자입니다.학교와 광장을 구분하지 않고 학생들과 시민들을 만나오고 있습니다. 머리와 몸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살고 싶습니다.
178
팔로워 2.1K
팔로잉 6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