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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받SO] ‘응급실 뺑뺑이’라는 단어, 이때부터 사용됐다
2023/11/27
📌 대구 응급실 뺑뺑이 사건, 그 이전
지난 3월, 대구에서 119구급대가 이송하던 10대 학생이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2시간여 찾아 헤매다 숨지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번 사례는 관계자로서 매우 안타까운 사건이었습니다. 실무자로서 상황을 설명하자면 지금까지의 맥락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10년 전까지 현장에서 통용되던 응급실 이송 첫 번째 법칙은 '근거리'였고, 두 번째는 '알아서'였습니다. 구급대원이 현장에서 상황을 판단한 뒤 평범한 환자라면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중환자라면 대학병원으로 이송했습니다. 사실상 유명무실한 원칙이었습니다. 현재 저는 서울 서남부 권역에 속한 이대목동병원에서 일하고 있는데요. 전국에는 44개의 권역응급의료센터(이하 권역센터)가 있습니다. 권역센터는 전국 39개로 유지되다가 2023년 5월에 5개소가 추가됐습니다.
권역센터에 근무하고 있으면 언제 어떤 환자가 올지 도저히 알 수 없었습니다. 심정지 환자 뒤에 또 심정지 환자 뒤에 또 심정지 환자가 왔습니다. 아니면 가깝다는 이유로 단순 취객이 권역센터에 왔습니다. 권역센터의 일은 종잡을 수 없었고 위험했습니다. 환자들은 문 앞에서 출입조차 못하거나 의사가 진료할 여력이 없어 방치되거나 제대로 된 처치가 되지 않아 다른 병원을 알아보다 위험에 빠지곤 했습니다. 10년 전까지의 일입니다.
📌 '근거리에 알아서' 이송하는 시스템은 그대로
우리는 이 상황을 타개하고자 했습니다. 현장에서 환자를 평가해서 어느 정도의 중증도가 있다고 판단되면 권역센터에 미리 연락을 하는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대신 권역센터는 중환을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거절할 수 있었습니다. 그 어느 쪽도 강제가 아니었습니다. 시스템을 만들었음에도 '근거리', '알아서'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중증 환자를 수용할 수 있기 위해서는 많은 것이 필요합니다. 복잡한 상황이 엮여 있기도 합니다. 당시 응급실 환자는 지금보다도 훨씬 많았고 과밀화도 심했습니다. 구급대원 쪽에서 중증 환자 수용이 거절당할까 봐 연락하지 않고 그대로 환자가 밀고 들어왔습니다. 거절당하면 동선이 멀어지고 일이 늘어나고 환자 또한 기다려야 하니 '근거리에 알아서' 이송하는 시스템은 그대로였습니다. 다만 아직까지는 '응급실 뺑뺑이'라는 단어는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권역센터에서 어떻게든 고생해가며 환자를 수용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 코로나 팬데믹 이후
코로나 팬데믹 때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수많은 환자군 중에서 발열, 기침, 가래 등의 증상을 보이는 코로나 의심 환자는 음압 격리실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권역센터여도 음압 격리실의 수는 정해져 있었습니다. 중증 환자를 어떻게든 기다려서 수용하던 예전과는 달랐습니다. 연락하지 않고 병원으로 오면 정말 환자를 받아줄 수 없었습니다. 이때 병원에서 수용이 가능하다고 답해야만 환자를 이송하는 체계가 확립되었습니다. 병원에 이송 연락을 하려면 현장에서 환자를 정확히 파악해서 중증 환자를 세분화하고 의심 진단까지도 생각해서 문의해야 합니다. 더불어 이송 전 환자 파악 시스템 또한 확립되었습니다. 또 중앙상황판에서 질환별로 환자가 수용 가능한지 공유하는 시스템도 확대되었습니다. 하지만 '응급실 뺑뺑이'라는 단어가 이때부터 사용됩니다. 코로나 때는 음압실이 부족해서 이송 동선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코로나 환자는 단순 코로나 감염도 있었지만 코로나 산모, 코로나 외상, 코로나 암 환자, 코로나 심근경색 등등이 있었습니다. 복잡한 인력, 시설 문제가 있었습니다. 또 수용이 가능한지 확인하는 체계 또한 아직 미성숙했습니다.
📌 항상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
지금은 코로나로 비롯된 체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팬데믹은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응급실 뺑뺑이'라는 단어는 사용되고 있습니다. '중증 환자'는 막연한 단어이지만, 우리 생활에서 벌어질 수 있는 아주 복잡한 상황을 모두 포함하고 있습니다. 급성심근경색이나 대동맥 질환이 의심되는 심각한 흉통 환자는 순환기내과, 흉부외과 당직 의사, 수술방과 심장 시술실이 모두 가용 가능해야 합니다. 중증 외상 환자는 외상외과, 신경외과, 정형외과, 성형외과, 마취과 등이 동시에 호출됩니다. 소아 중증 외상이라면 소아 마취과, 소아외과, 소아 신경외과, 소아 정형외과 등이 있어야 합니다. 코로나 산모라면 당직 중인 산과 의사와 소아과 의사, 음압 병실, 음압 신생아 중환자실, 음압 수술방 등이 있어야 합니다. 늘 상황은 복잡합니다. 이 모든 의사들은 개인 휴가가 있거나 학회가 있거나 병가가 있거나 기타 사정이 있습니다. 권역센터라도 가용 인력이 넉넉히 돌아가지 않습니다. 또 병원은 가끔 공사가 필요하고 노조는 가끔 파업합니다. 심지어 내과,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비뇨기과, 흉부외과, 응급의학과 등의 바이탈과 의사들은 모두 비인기과에 속합니다. 항상 전문 인력이 부족합니다.
최근 '응급실 뺑뺑이' 사건은 지방, 비인기과 등의 키워드가 있습니다. 대구에서 있었던 사건 중 한 건은 소아과 환자였고, 다른 한 건은 10대로 추락으로 인한 외상에 정신과 진료까지 필요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특히 소아청소년과와 외상 분야는 최근에 더 비인기과로 인력 수급이 어려운 분야였습니다. 권역센터들이 상황상 수용이 불가능하면 '응급실 뺑뺑이'를 돌게 되는 것이지요. 현장에서 초기 처치를 하고 권역센터에 수용을 확인하는 체계가 확립되었지만 아직 세부 분야에서 인력과 상황이 부족해서 생기는 상황입니다. 시스템을 만들어가면서 초반에 생길 수밖에 없는 문제라고도 생각합니다. 가끔은 '응급실 뺑뺑이'가 없는 세상을 만드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떤 사고가 발생할지 100% 예측하는 일은 불가능한데, 그 모든 상황에 대비해서 인력과 시설을 준비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 '밀고 들어'와버리니 일단 뺑뺑이를 돌지 않는 상황
이번 응급환자 이송 지연 개선 지침은 쉽게 말해서 "지금 중증 환자가 발생했으니 권역센터라면 책임을 지고 어떻게든 환자를 받아서 처리해라, 아니면 법적인 처벌을 하겠다."라는 것입니다. 이전의 체계로 일부 돌아간 것이지요. 또 일선에서는 정말 이유가 있어서 이송을 받지 못해왔었는데 이제는 법적인 처벌을 하겠다니 사기가 떨어지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사실 의료계의 많은 문제들은 이런 방식으로 해결되어 왔습니다. 당장 "이송 지연 사례가 급감"했다고 보도가 나오지요. 쉽게 말하면 '밀고 들어'와버리니 일단 뺑뺑이를 돌지 않는 거지요. 병원에 도착해서 다시 십 년 전처럼 각종 위기 상황에 놓이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일단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보이겠지요.
📌 현재 권역응급의료센터의 상황
이대목동병원은 권역센터로서 최선을 다해 기능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근처에서 발생한 중환 문의가 왔을 때는 거의 대부분 수용했습니다. 그럼에도 저희가 완벽히 100%를 수용할 수 없었고, 그럴 때면 가능한 병원으로 안내할 때도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응급환자 이송 지연 개선 지침’으로 사기가 떨어진 것 또한 사실이었습니다. 저희가 상황이 안 되어서 수용하지 못해도 '직권'으로 이송하거나 법적으로 '처벌'한다는 지침이었으니까요. 그럼에도 이미 저희는 권역 환자를 거의 수용하고 있었고, '직권'으로 '무조건' 수용하라는 명령이 떨어진 적은 그 뒤에도 거의 없습니다. 체감하는 큰 변화는 없습니다. 여전히 저희는 권역 환자를 수용하면서 진료에 임하고 있습니다.
현재 저희는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응급 의료 수용 체계를 아직도 개선 중입니다. 이 수용 체계의 확립이 우선순위 같습니다. 하지만 '응급의료 자원'이라는 막연한 개념은 단순히 하나만 우선순위로 접근해서는 어렵습니다. 24시간 호출 받고 나올 수 있는 내과,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흉부외과, 중환자의학과 등은 응급실에서 당직을 서고 있는 응급의학과 의사만큼이나 중요합니다. 혼자서 환자를 살려낼 수 없습니다. 바이탈 의사를 지원하는 체계가 무너져 필수 인력이 부족한 것이 우선 문제입니다.
📌 환자들이 위기를 피할 수 있는, 근본적인 개선 필요
현재 시스템에서 응급실이 수용을 거부하려면 정당한 사유가 필요합니다. 저희는 모든 당직의와 질환별 수용 상황 정보를 중앙에 미리미리 공유하고 있고 수용 문의가 오면 실시간으로 바뀌는 응급실 상황을 안내해서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 모든 것을 엑셀 파일로 기록하기도 하고 있습니다. 이제 여기서 '응급실 수용 거부 금지'를 법제화하고 처벌한다니까 의료진의 사기가 오를 이유가 없으며 '필수적'이라고 느낄 리는 더더욱 없겠지요.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법의 이름으로 환자가 내원하면 어떻게든 수용하긴 해야겠지요. 모든 것은 그렇게 해결되었으니까요. 다만 이전처럼 환자들이 다른 위기를 겪는 방식이므로 더 개선이 필요할 것입니다.
📌 응급실,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
시민들은 죄가 없습니다. 시민은 경증인지 중증인지 잘 모르는 것이 당연합니다. 응급실은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 얼마든지 이용하셔도 됩니다. 다만 권역센터에 와서 "우리 애가 죽으면 책임질 거냐?", "다른 병원에서 안 나아서 대학병원으로 왔다"라고 한 뒤, 저희가 지역센터나 일반 병원으로 안내했어도 불응하면 문제가 됩니다. "댁 같은 분들 때문에 응급실 뺑뺑이가 생깁니다."라고 말하면 "무슨 말이냐 우리 애가 지금 당장 쓰러져 죽는데 우리 애가 이용해야 하는 거다."라는 답을 듣기 일쑤입니다. 물론 아주 건강한 아이입니다. 설득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결국 우리는 멀쩡한 아이에게 병상을 내어줄 수밖에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자유롭게 응급실을 이용하셔도 되지만 의료진의 지시에 잘 따라주세요. 힘든 상황이시라면 국가의 세금으로 유지되는 119가 있습니다. 의학 상담과 병원 안내도 하고 있으니 그쪽에 상담을 요청하고 지시에 따라주세요. 요즘은 출동한 구급대원이 판단하고 병원에 꼭 갈 필요가 없다고 안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지시에 따라주세요.
🧐 여러분은 119구급대, 응급실을 사용한 적이 있나요?
🧐 응급실 뺑뺑이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응급실 과밀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 여러분은 119구급대, 응급실을 사용한 적이 있나요?
🧐 응급실 뺑뺑이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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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27일부터 11월 29일(수요일) 23시 59분까지,
남궁인 응급의학과 전문의에게 궁금한 모든 것을 물어보세요.
남궁인 전문의가 직접 좋은 질문을 해주신 2명을 선정해 커피 기프티콘을 드립니다.
15년째 응급실에서 일하고 있다. 항상 장래 희망에 '글 쓰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만약은 없다> <지독한 하루> <제법 안온한 날들>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공저) 등을 썼다.
질문받SO 남궁인 편 댓글 당첨자
@iamretroma @pkjams79
두 분께서는 아래 메일주소로 휴대폰번호를 보내주세요.
기프티콘을 보내 드리겠습니다.
jay@alookso.com
참여해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남궁인 님~ 답글 감사합니다.
책은 구입해서 읽을게요~
힘든 일 하시니 부디 건강하시기를 빕니다^^
@똑순이 가장 기억에 남은 환자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 편입니다. 저는 실제로 15년간 제게 잊을 수 없는 감정과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준 많은 환자분들을 만났습니다. 또 저는 이미 그 일화들을 녹여서 많은 글을 써냈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기억에 남겨둘 수만은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당장 내일에도 또 많은 환자분이 오실테니까요. 제가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는 항상 가장 근래에 제게 교훈을 주셨던 환자분입니다. 얼마 전 목에 염증이 너무 심하고 부종이 너무 심각해서 기관 삽관에 실패할 뻔했던 사례가 있었습니다. 온 병원의 관련 의료진을 전부 다 불러 모으고서야 성공했었지요. 다행히 잘 회복되셨지만, 지금의 제 기억은 그 때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 것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제가 근무하는 병원은 응급실 (지역응급의료기관)이 있는 곳 입니다.
저는 응급실에 근무하지 않고 외래에서 근무하고 있는데요, 그래서 응급실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일인지 잘 압니다. 그런데도 글을 쓰시고 계시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묻고 싶은것은 15년간 응급실에 근무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은 환자는 어떤분이였는지 궁금합니다.
@남궁인 님의 앞날을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muruybi 의사의 다양한 전공에서 한 번 진로를 정하면 대체로 바뀌지 않으니까요. 저는 20년이고 30년이고 응급실에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일정은, 아침에 출근해서 밤 10시에 퇴근하고, 24시간 휴식 이후에 밤 10시 출근해서 다음날 아침에 퇴근한 뒤 3일간은 오프입니다. 야간 근무이기 때문에 필요한 휴식입니다. 지금 일정이 지속 가능한 가장 최소한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권역 센터에 사람이 없어서 여유가 없습니다. 글은 나머지 오프 시간에 씁니다. 체력과 감정이 부족하면 공/사적인 여러가지 문제로 인해서 심리상담이나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합니다. 아직까지는 심리 치료를 받는 시스템은 없습니다. 개인이 잘 알아서 치료받고 복귀하는... 실정입니다.
@pkjams79 근무 시간과 정해진 업무만 모두 마친다면 병원에서는 다른 활동에 어떤 제제가 없습니다. 임상교수의 글쓰기나 다른 방송 출연을 굳이 제제할 필요가 없기도 하지요. 다만 가끔 병원 내 행사나 교육 등에 동원되기도 합니다. 그 외에는 '병원'은 제게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 다만 제가 방송에서 병원 밥이 맛이 없다고 털어놓자 조금 자제해달라고 한 적은 있습니다. 기타 의사를 본업으로 가지고 작가로 활동을 하는데는 체력적인 부분이 어렵습니다. 응급실 일은 체력 소모가 상당하고 많은 사람들과 부대껴야 하기 때문입니다. 퇴근 이후에는 시간을 알차게 사용하고 다른 일들에도 충실하려고 노력하면서 체력 관리를 합니다.
15년 동안 응급실에서 일하고 계시다니 대단하시네요. 쉽지 않은 일이라 몸도 힘들고 마음도 많이 힘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낭궁 인 의사선생님 하루(응급실 일하는 날/쉬는 날)의 일상이 궁금합니다. 계속 글을 쓰시고 계신데, 주로 언제 글을 쓰시나요? 응급실에서 일하면서 힘드셔서 심리상담이나 정신과 치료를 받으신 적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일의 특성상 심리 치료를 받는 시스템도 필요할 듯해서요.
질문하러 들어왔는데 아래 댓글을 읽고 해소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인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선생님께서 사명감을 갖고 글을 쓰고 방송에 출연하시는 것으로 보입니다만 병원에서 선생님을 보는 시선은 어떤가요? 글쓰는 의사 분들이 많긴 하지만 의사를 본업으로 갖고 작가로서 다양한 활동을 하시는데 어려움은 없으신지도 궁금합니다. (응원합니다!!!!!)
@iamretroma 국가에서 의료인을 관리하는 시스템은 현재 유럽에서 시행하고 있습니다. 전문의를 만나는데 시간이 많이 필요하고 의사들이 정해진 시간만 진료하고 퇴근하는 시스템은 아마 국내 환경에서는 절대로 적용이 어려울겁니다. 대격변이면 몰라도 개선이라고 보기는 어렵겠지요.
의료수가 이슈와 의대생 증원은 아주 복잡하고 단기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이미 출산률이 감소하고 대학입시 인원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 상황에서 의대 정원은 그대로라면 인구수대비 의사는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셈입니다. 단기적으로 인구수대비 의사의 수를 더 늘려놓기만 한다면 오히려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22년도 신생아 숫자는 249000명입니다. 지금 의대 정원은 3058명입니다. 의대 정원을 유지하기만 해도 2022년도 태어난 사람 80명 중 1명 꼴로 의사가 됩니다.) 적어도 의대 정원 확충은 제1의 조건은 아님이 분명합니다. 의대 정원을 늘리더라도 유동적으로 협의하는 체계가 필요할 것입니다.
필수 의료에 의사가 부족한 것은 사실입니다. 지방으로 갈수록 의료 현장이 더 열악한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래서 정해진 기간동안 지방에서 근무하는 조건으로 의대생을 선발하거나 필수 의료에 근무하게 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규제나 법령으로 개인의 직업이나 거주를 제한한다는 점에서 제1의 해결책이라고 생각하기는 보기 어렵습니다.
앞서 언급한 두 가지는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하에 정책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지방 근무나 필수 의료는 상대적으로 다른 분야에 대해 고되고 어렵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직업상 3D의 조건에 모두 부합합니다. 그렇지만 필수 의료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후배들을 이끌만한 유인책이 없고 상대적 박탈감이 느껴지는 상황입니다. 마음놓고 필수 의료에 자원할 수 있게 하는 정책이 1순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eun00 최근 20년간 응급의학에 지원하는 의사들은 정원 미달이거나 간신히 정원을 채우는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저희 병원은 두 명의 전공의를 선발하고 있는데 2년 연속으로 미달되었습니다. 응급의학과는 기본적으로 야간과 휴일에 더 열심히 일해야 하고 심정지와 중증외상 등의 중환자를 보는 부담이 있으며 취객과 기타 위험 상황에 노출된 곳입니다. 다른 과와 동등한 조건이라면 인기가 없을 수 밖에 없는 곳입니다. 사실상 오래전부터 응급의학의 지원률은 그야말로 처참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나마 정책상 지원과 응급실에 대한 투자로 정원을 채우는 수준까지는 온 셈입니다. 그럼에도 야간과 휴일에 일하지 않고 위험 부담이 적으며 취객과 기타 위험 상황이 없는 타 분야와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지요. 앞으로도 응급실로 의사들이 유인될만한 다른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muruybi 의사의 다양한 전공에서 한 번 진로를 정하면 대체로 바뀌지 않으니까요. 저는 20년이고 30년이고 응급실에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일정은, 아침에 출근해서 밤 10시에 퇴근하고, 24시간 휴식 이후에 밤 10시 출근해서 다음날 아침에 퇴근한 뒤 3일간은 오프입니다. 야간 근무이기 때문에 필요한 휴식입니다. 지금 일정이 지속 가능한 가장 최소한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권역 센터에 사람이 없어서 여유가 없습니다. 글은 나머지 오프 시간에 씁니다. 체력과 감정이 부족하면 공/사적인 여러가지 문제로 인해서 심리상담이나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합니다. 아직까지는 심리 치료를 받는 시스템은 없습니다. 개인이 잘 알아서 치료받고 복귀하는... 실정입니다.
@iamretroma 국가에서 의료인을 관리하는 시스템은 현재 유럽에서 시행하고 있습니다. 전문의를 만나는데 시간이 많이 필요하고 의사들이 정해진 시간만 진료하고 퇴근하는 시스템은 아마 국내 환경에서는 절대로 적용이 어려울겁니다. 대격변이면 몰라도 개선이라고 보기는 어렵겠지요.
의료수가 이슈와 의대생 증원은 아주 복잡하고 단기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이미 출산률이 감소하고 대학입시 인원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 상황에서 의대 정원은 그대로라면 인구수대비 의사는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셈입니다. 단기적으로 인구수대비 의사의 수를 더 늘려놓기만 한다면 오히려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22년도 신생아 숫자는 249000명입니다. 지금 의대 정원은 3058명입니다. 의대 정원을 유지하기만 해도 2022년도 태어난 사람 80명 중 1명 꼴로 의사가 됩니다.) 적어도 의대 정원 확충은 제1의 조건은 아님이 분명합니다. 의대 정원을 늘리더라도 유동적으로 협의하는 체계가 필요할 것입니다.
필수 의료에 의사가 부족한 것은 사실입니다. 지방으로 갈수록 의료 현장이 더 열악한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래서 정해진 기간동안 지방에서 근무하는 조건으로 의대생을 선발하거나 필수 의료에 근무하게 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규제나 법령으로 개인의 직업이나 거주를 제한한다는 점에서 제1의 해결책이라고 생각하기는 보기 어렵습니다.
앞서 언급한 두 가지는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하에 정책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지방 근무나 필수 의료는 상대적으로 다른 분야에 대해 고되고 어렵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직업상 3D의 조건에 모두 부합합니다. 그렇지만 필수 의료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후배들을 이끌만한 유인책이 없고 상대적 박탈감이 느껴지는 상황입니다. 마음놓고 필수 의료에 자원할 수 있게 하는 정책이 1순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가족 때문에 대학병원 응급실에 여러 번 가봤습니다. 가보면 위급해 보이는 환자가 별로 없고 간단한 복통 정도로 온 사람들만 많은 걸 볼 때마다 이래도 되나 싶었습니다. 119에 전화하면 무조건 구급차를 부르거나 대학병원 응급실로 가라는 안내를 받곤 합니다.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는데도 눈치가 보이더라고요. 119에서 가라고 해서 온건데 말이에요. 자세히 설명을 하려고 해도 기다려주지 않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무엇이 가장 문제일까요?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할텐데 너무 어려운 문제입니다.
선생님은 어떻게 응급의학과에 지원하게 되었는지도 궁금하네요.
@똑순이 가장 기억에 남은 환자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 편입니다. 저는 실제로 15년간 제게 잊을 수 없는 감정과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준 많은 환자분들을 만났습니다. 또 저는 이미 그 일화들을 녹여서 많은 글을 써냈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기억에 남겨둘 수만은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당장 내일에도 또 많은 환자분이 오실테니까요. 제가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는 항상 가장 근래에 제게 교훈을 주셨던 환자분입니다. 얼마 전 목에 염증이 너무 심하고 부종이 너무 심각해서 기관 삽관에 실패할 뻔했던 사례가 있었습니다. 온 병원의 관련 의료진을 전부 다 불러 모으고서야 성공했었지요. 다행히 잘 회복되셨지만, 지금의 제 기억은 그 때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 것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pkjams79 근무 시간과 정해진 업무만 모두 마친다면 병원에서는 다른 활동에 어떤 제제가 없습니다. 임상교수의 글쓰기나 다른 방송 출연을 굳이 제제할 필요가 없기도 하지요. 다만 가끔 병원 내 행사나 교육 등에 동원되기도 합니다. 그 외에는 '병원'은 제게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 다만 제가 방송에서 병원 밥이 맛이 없다고 털어놓자 조금 자제해달라고 한 적은 있습니다. 기타 의사를 본업으로 가지고 작가로 활동을 하는데는 체력적인 부분이 어렵습니다. 응급실 일은 체력 소모가 상당하고 많은 사람들과 부대껴야 하기 때문입니다. 퇴근 이후에는 시간을 알차게 사용하고 다른 일들에도 충실하려고 노력하면서 체력 관리를 합니다.
15년 동안 응급실에서 일하고 계시다니 대단하시네요. 쉽지 않은 일이라 몸도 힘들고 마음도 많이 힘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낭궁 인 의사선생님 하루(응급실 일하는 날/쉬는 날)의 일상이 궁금합니다. 계속 글을 쓰시고 계신데, 주로 언제 글을 쓰시나요? 응급실에서 일하면서 힘드셔서 심리상담이나 정신과 치료를 받으신 적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일의 특성상 심리 치료를 받는 시스템도 필요할 듯해서요.
질문하러 들어왔는데 아래 댓글을 읽고 해소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인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선생님께서 사명감을 갖고 글을 쓰고 방송에 출연하시는 것으로 보입니다만 병원에서 선생님을 보는 시선은 어떤가요? 글쓰는 의사 분들이 많긴 하지만 의사를 본업으로 갖고 작가로서 다양한 활동을 하시는데 어려움은 없으신지도 궁금합니다. (응원합니다!!!!!)
@eun00 최근 20년간 응급의학에 지원하는 의사들은 정원 미달이거나 간신히 정원을 채우는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저희 병원은 두 명의 전공의를 선발하고 있는데 2년 연속으로 미달되었습니다. 응급의학과는 기본적으로 야간과 휴일에 더 열심히 일해야 하고 심정지와 중증외상 등의 중환자를 보는 부담이 있으며 취객과 기타 위험 상황에 노출된 곳입니다. 다른 과와 동등한 조건이라면 인기가 없을 수 밖에 없는 곳입니다. 사실상 오래전부터 응급의학의 지원률은 그야말로 처참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나마 정책상 지원과 응급실에 대한 투자로 정원을 채우는 수준까지는 온 셈입니다. 그럼에도 야간과 휴일에 일하지 않고 위험 부담이 적으며 취객과 기타 위험 상황이 없는 타 분야와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지요. 앞으로도 응급실로 의사들이 유인될만한 다른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제 의료수가 이슈와 의대생 증원에 관한 문제를 언급한 기사를 읽었습니다. 사실 문제에 대한 해결 자체가 결코 쉽지는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그럼에도 당장의 미봉이 없이는 근본적인 개선도 어렵다는 생각을 근거로 정원확충에 마음이 기울었습니다. 오늘도 쓰신 글을 보며, 당장 부족하다면 늘려야 맞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던 것도 사실이구요.
차라리 교사와 같이, 국가에서 의료인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춰 직종과 직과, 근무지를 발령하는 식으로 제도를 개선하면 어떨까? 하는 무식막지한 방법도 떠오르더라구요ㅎㅎ;;;
보시기에 현 상황을 나아지게 하려면 어떤 방법이 가장 먼저 적용되어야 할지, 규제나 법령으로 강제성을 가져야 할 제 1의 조건이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