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 이전에 스포츠는 근성이었다. 스포츠 만화가 특훈과 하얗게 불태운 엔딩을 벗어나 스포츠맨이 되기까지

박인하
박인하 인증된 계정 · 만화평론가, 만화연구자
2023/01/31
<슬램덩크>를 볼 때 가장 놀라웠던 건 '목숨을 건 특훈'이나 '마구'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학교와 국가를 대표하는 처절함도 없었다. 어? 특훈과 마구가 없다고? 하얗게 불태우지 않는다고??? 특훈과 마구가 <거인의 별(巨人の星)>이 만든 스포츠 만화의 전형이라면, 하얗게 불태우는 건 <내일의 죠>가 만든 스포츠 만화의 전형이다. 

특훈과 마구, 그리고 하얗게 불태우는 엔딩이 결합된 스포츠 만화는 스포콘(스포츠+근성,スポ根)이라 불렸다. <슬램덩크>의 쿨함은 이전 핫했던 스포콘 장르와 선명한 대비 때문이기도 했다. 1990년대 <슬램덩크>의 혁신을 보기 위해 스포콘 만화의 전형인 <내일의 죠(あしたのジョー)>(1968-1973)를 살펴보자. 

<내일의 죠>는 <거인의 별>의 스토리 작가 다카모리 아사오(高森朝雄, 카지와라 잇키)가 스토리를 쓰고, 원래는 동글동글한 캐릭터의 가족만화를 그린 치바 테츠야(ちばてつや)가 작화를 담당한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 초반 일본을 대표하는 만화다. 고단샤의 <주간소년매거진(週刊少年マガジン)>에 연재된 어린이 만화였지만, 특유의 어둡고 자신의 모든 걸 바쳐 내달리는 주인공 야부키 죠에게 어른들도 매료되었다. 일본 역사상 가장 격렬했던 시대를 반영한 작품이자, 모든 걸 걸고 앞으로 달려간 인물로 당시 청년층에게 사랑을 받았다. 한국에 번안되어 역시 큰 인기를 끌었다. 

우리는 ‘내일의 죠’다.
야부키 죠(출처 : 내일의 죠 50주년 기념 사이트 메인 이미지)
일본만화역사에서 가장 사랑받는 주인공 중 한 명인 야부키 죠(矢吹 丈). 도쿄  산야(山谷)에 일용 노동자들이 대거 기거하는 거리(ドヤ街)에 야부키 죠가 나타난다. 죠는 구석에서 술에 취해 자던 단페이(段平) 관장과 부딪친다. 단페이 관장은 남다른 재능을 보이는 죠에게 반한다.

"네 몸을 내게 한 번 맡겨볼 생각 없어.?"

​단페이 관장은 애꾸눈에 술주정뱅이. 누가 봐도 믿음직...
박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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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한국만화, 일본만화, 웹툰, 그래픽노블 등)를 좋아합니다. 보고, 연구하고, 글을 씁니다. 2020년부터 서울웹툰아카데미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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