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조건 없이 사랑할 수 있을까?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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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2
By 루스 윕먼(Ruth Whippman)
출처: Allie Sullberg / 뉴욕타임스
올해 두 아들이 피아노 레슨을 받고 싶다고 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피아노를 배운 지 30년이 지났지만, 다시 배우는 것이 나에게도 좋은 시간이 될 거라 생각했다.

“인간은 인간에게 불행을 물려주는 법,” 유쾌한 듯 우울한 필립 라킨의 시 <이것은 시(This Be the Verse)>의 한 구절이다. 우리 집에서는 매주 월요일 오후, 방과 후 픽업과 저녁 식사 시간 사이에 예측 가능한 효율적인 방식으로 이 대물림이 이뤄지고 있다.

매주 피아노 선생님 재런이 집에 오셔서 일대일 레슨을 해 주신다. 맨 처음은 나, 다음은 12살 솔리, 마지막으로 9살 제피의 순서다. 매주 90분간 수업을 하다 보면 마음 속에 러시아 소설 한 편이 펼쳐지는 것 같다. 부모에게서 자식으로 수 세대에 걸쳐 이어지는 희망과 고통, 사랑과 공포를 그린 장편 대하소설이다.

애들 나이 만했던 1980년대 후반쯤, 나는 어린 시절의 마지막 피아노 레슨을 받았다. 선생님의 강한 애프터 셰이브 로션 냄새가 아직도 기억난다. 서서히 퍼져 나가는 베이스 노트를 지닌, 인공적인 플로럴 향이 나는 로션이었다. 코를 찌르는 듯 강렬했지만 기대로 가득 찬 엄마의 기운을 몰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어릴 적 나는 피아노뿐만 아니라 첼로도 배웠다. 두 곳의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했고 학교 합창단에서도 활동했다. 누구도 나에게 강요한 적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자유롭게 선택한 것도 아니었다. 자식 교육에 과하게 돈을 쓰는 엄마 아래서 자란 인정에 목마른 딸이라면, 강요 따위는 필요하지 않다. 엄마와 나는 무언의 기대와 인정을 갈구하는 댄스 무대에서 궁합이 잘 맞는 파트너였다. 나는 엄마를 위해서 스스로 나를 몰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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