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출 수 없는 욕망에 대해

박순우(박현안)
박순우(박현안) · 쓰는 사람
2022/11/10
  이슬람 국가들이 궁금했던 건,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같은 아시아인데도 이슬람 국가에 대한 이해가 너무나 결여되어 있는 국가에서 나고 자랐기에, 발길은 자연스럽게 그곳으로 향했다. 인도 여행을 마무리할 무렵이었고 선으로 연결할 수 있는 여행지로 이동하던 중이었다. 지도를 살펴보다 다음 여행지로 선택한 건 아랍 에미리트였다. 이슬람 문화가 낯선 내 입장에서 그나마 선택하기 좋은, 세계적인 도시 두바이와 아부다비가 있는 나라였다. 

  부유한 국가답게 사람들은 여유가 넘쳤다. 빈부 격차가 극심한 인도에 머물다 간 곳이라 돈의 힘이 더 크게 느껴졌다. 듣던대로 기름값은 정말 물보다 저렴했고, 아스팔트가 남아도는 나라라 그런지 웬만한 도로는 십차선이 넘어갔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도시를 만난 나는 쇼핑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도 신나게 쇼핑몰이나 백화점을 돌아다녔다. 그곳을 돌아다니면서 유독 눈에 띈 건 여성들의 감춘 욕망이었다. 

  이슬람 국가라고 여성들의 옷차림이 모두 같은 건 아니다. 나라마다 가리는 부위가 제각각인데, 이는 지리적인 영향이 큰 편이다. 유럽 인근인 튀르키예와 이집트, 요르단 등은 문화가 개방된 편이라 여성들은 머리를 가리는 히잡만 착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의 옷차림은 비교적 자유로웠고 코와 입을 가리지도 않았다.

  지리적으로 유럽과 멀고 메카에 가까울수록 여성이 가려야 할 부위는 늘어났다. 아랍 에미리트도 그런 나라 중 하나였다. 머리를 가리는 히잡은 물론, 온몸을 가리는 차도르, 눈을 제외한 얼굴을 가리는 니캅까지. 온몸을 검은색 천으로 뒤덮은 여성들이 세상에 내놓을 수 있는 건 딱 세 부위였다. 눈과 손 그리고 발. 자세히 살펴보니 그곳 여성들의 눈화장은 오랜 시간 정성을 들인 듯 꼼꼼하고 정교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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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씁니다. 『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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