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인간

2022/03/14
그들은 잊을 것이다. 

그들의 목소리, 그들이 했던 결정의 이유, 힘겨웠던 투쟁의 결과들. 
얼마나 힘들었던가. 한 때는 피로 거리에 꽃 피우며 걸어갔던 죽음의 행렬. 
억울함에 들고 일어나 소리쳤던 외침들. 억울한 죽음에 조용한 침묵으로 만들어 낸 경이로운 모습들. 

그러나 그들은 잊을 것이다. 
왜 그렇게 힘들게 소리쳤던가. 무엇을 위해 침묵의 강렬한 포효를 만들었던가. 
또 그렇게 그들은 잊을 것이다. 
간교한 혀와 펜으로 써낸 사악한 단어와 거짓된 문장 앞에 잊어버릴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개, 돼지이기 때문에 잊는 것이 아니다. 
다만, 안타까운 어항 속의 붕어인간일 뿐. 
그들의 어항 속에 뿌려지는 먹이인지 독인지 알 수 없는 무언가로 인해 그들은 계속 잊을 것이다. 
단지 그들은 붕어인간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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