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재 건축가 - 버려지는 땅 위 극한의 건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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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16
신민재 건축가

“땅은 잘못이 없다. 모든 사람에게 좋을 수 없을 뿐이다.”

길을 걷다 극한의 건물을 마주칠 때가 있다. 가파른 경사 위 얄쌍한 건물, 철거 과정에서 반쪽만 남은 세모난 건물. 그러나 자투리 땅은 잘못이 없다. 땅과 건축의 가치는 관점에 따라 달라지며, 관점을 만드는 것은 도시를 살아가는 시민의 몫이다. 우리는 왜, 언제부터 특정 조건의 땅을 ‘좋은 땅’으로 규정하기 시작했을까? 얇은 땅 건축을 오랜 시간 탐구해 온 신민재 건축가를 만났다.
‘뜨아’는 급속한 개발 과정에서 조각난 땅들에 주목한 프로젝트다. 어떻게 시작했나?

나는 건축가다. 평소에 길을 다니며 없어지지 않고 응급 처치해서 살아남은 땅들을 유심히 본다. 하루는 잘 모르는 지역에 출장을 갔을 때, 좁은 땅 위로 누가 봐도 짓기 어려운 조건의 건물을 목격했다. 은둔의 고수를 만난 기분에 ‘뜨아’, 라는 감탄사가 자동으로 터졌다. 독특한 외형을 사진으로 찍어 페이스북에 공유했더니 사람들도 나와 같은 기분이었는지 반응이 뜨거웠다. 이후 극한의 건물들을 발견할 때마다 사진을 찍어 소셜 미디어에 소개했고, “언제, 어쩌다, 누가, 왜 그렇게?”라는 질문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하나의 시리즈물처럼 연재를 이어 갔다.

다음 행선지를 정하는 과정이 즐거웠겠다.

사실 뜨아 프로젝트는 나만의 것이 아니다. 여러 사람에게 제보를 받아 답사지를 정했다. 처음 게시물을 올린 뒤로 “비슷한 건물을 봤다”며 많은 분들이 사진과 주소를 제보해 줬다. 보통 건축가라고 하면 “이게 좋은 건축이다”와 같이 이상향을 제시하는 게 일반적이다. 사람들이 건축가에게 기대하는 모습도 보통은 그렇다. 그런데 내가 내 건물을 설명할 때보다, 뜨아 프로젝트가 많은 분들의 흥미나 공감을 얻는 게 신기했다. 아마 잘 완성된 건축을 멋진 용어로 해설하는 것보다, 누구나 거리를 걷다 마주칠 수 있는 도심 속 건물들을 다룬 것이 사람들의 관심을 모은 듯하다.

아무래도 건축가의 입장에선 그 건물을 만든 사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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