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의 차이를 줄이는 해법

파란하늘 흰구름
파란하늘 흰구름 · 파란하늘 흰구름
2022/12/12
연차였지만 이렇다 할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었고, 무엇보다 평일이라 주변이 한산하여 여유로운 마음으로 휴식해도 되는 그런 날, 그것도 평일 중에서 피로도가 정점까지 치닫는 수요일에...... 한없는 편안함을 누리리라 마음먹었다. 쉬는 걸 마음까지 먹어야 하나 싶겠지만, 어쨌든 요는 '잘 쉬어보리라'였다. 시간을 허투루 쓰지 말자는 강박에 가까운 생활 신념이 이런 데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산책하러 나왔다가 처리해야 할 은행 업무가 생각나서 겸사겸사 은행에 들렀다. 번호표를 뽑고 안쪽으로 들어가서 한자리 남은 대기석에 앉았다. 번호표를 보니 대기 인원이 10명이나 되었다. 산책 나온 길이라 딱히 할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조바심을 낸다고 해서 있던 대기가 없어지는 것도 아닌지라 일찌감치 조급함 내려놓고 천천히 기다리기로 하였다. 주변을 둘러보니 젊은 남녀들, 중년쯤 되어 보이는 남성분, 연세가 지긋해 보이는 어르신들, 아기와 함께 온 젊은 엄마까지 대기 구역을 가득 메웠다. 은행 창구에는 공석 안내문이 몇 개나 걸려 있었고 실제 업무를 하는 직원은 예적금 창구에 2명, 대출 관련 창구에 2명이었고, 그리고 출입문 쪽에 있는 보안직원 1명이 다였다.
평소 기다림을 견뎌야 할 때 내 경우는 휴대폰을 보기보다 주로 눈을 감고 있는다. 졸음 때문일 때도 있지만 눈을 감고 조용히 멍 때리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그날도 팔짱을 끼고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에 취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스르륵 눈이 감겼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뒤편에서 버럭 하는 고성이 들려왔다. 그 소리에 깜짝 놀라서 눈을 떴고 소리가 나는 쪽을 돌아보니 연세 지긋하신 여성분이 몹시 화가 나 있었다. 
"아니 도대체 왜 이렇게 진행이 안되는 거예요? 저쪽은 내가 들어왔을 때부터 39번이더니 아직도 39번이야. 도대체 직원들은 다 어디 가신 거예요?" 
밍크코트에 밍크 목도리와 밍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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