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사도 아닌데...

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3/12/31
새벽부터 요란한 기계음에 잠이 깼다. 남편이 쌓인 눈을 불어 날리는 소리다. 허리가 많이 안 좋아  무거운 기계를 메고 눈을 날릴 수 있을까 걱정하더니 괜찮은가 보네.
허리는 쌀 20키로를 들다가 삐걱했다나 뭐라나. 10키로 두 봉지인 걸 알고는 이제부터 한개씩만 시키란다.
참 연약한? 남편이다. 겨우 20키로를 가지고 저러다니. 예전엔 시댁에서 보내 주신 쌀 80키로 한 가마니를 등에 지고 아파트 4층까지 걸어올라왔던 사람 아니던가.
세월이 무심하다.

저렇게 부지런히 눈을 불어도 길이 다 뚫리질 않아 오늘도 성당엔 가지 못했다. 웬만큼 쌓였어야 말이지.
다행이 날은 흐리지만 꽤 푸근한지 지붕에서 눈이 녹아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가  정겹다.

그런데 아직도 미련이 남았는지  푸실푸실 날리던  눈발이 점점 굵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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