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버스 보스
출근길 마을버스를 탄다.
마스크를 썼으나 몇몇 눈익은 사람들, 특히 여성들의 눈길이 느껴진다.
표준형의 탄탄한 몸매에 보스나 알마니를 입고 캘빈 클라인 백팩을 메고 출근하는 나.
차도 없이 저런 걸 입고 다니네... 같은 눈길도 있음을 안다.
알아봤다면 말이다.
나는 모든 싸구려를 거부한다.
비싼 걸 가장 쌀 때 또는 그런 매장에서 구입해 오래 만족하며 입는 게 얼마나 경제적인지 사람들은 잘 모르는 듯하다. 유행도 거의 안 타니 얼마나 안정적인가.
물론 절대적 전제가 하나 있다.
'이것은 내게 필요한가?'
회사가 이십 분 거리이고 업무 또한 외근이 전혀 없어 휴일의 놀이용으로 차를 갖기엔 세워두고 새어나가는 금액만으로도 가까운 해외여행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
그녀를 처음 본 것도 마을버스에서였다.
눈이, 놀란 듯 무척 크고 맑아서 다른 사람들보다 이삼 초정도 더 눈을 맞추곤 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시선을 창 밖에 두고도 그녀가 나를 보고 있는 게 느껴졌다
'마스크를 벗으면 안 이쁠 거야. 떼어놓고 보면 다 이쁘지만 모이면 어려운 게 얼굴이니.....'
예뻤다! 마스크 해제가 되니 정말 예쁜 얼굴이었다!
나는 눈 맞추는 시간을 일부러 몇 초 줄였으나 그녀는 그대로인 게 느껴졌다.
'아! 매일 보는 건 좋은데 하필 마을버스라니 이건 뭐 희망고문도 아니고.....'
단지 후문 앞 마트에서 그녀를 만났다.
더운 휴일 오전이었고 나는 낡은 폴로 셔츠에 반바지 차림이었다.
그녀는 내가 브랜드를 알 듯 말 듯한 플란넬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오래 사귄 사이처럼 서로 편한 웃음을 지었다.
"더워지기 전에 일찍 장보러 오셨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