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오답’을 피하는 방법 - 김소진의 「쥐잡기」

강부원
강부원 인증된 계정 · 잡식성 인문학자
2023/11/01
김소진 소설의 주요배경으로 쓰인 1990년대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모습. 출처-서울의 일상생활사
   
1. 언어의 의도적 구성과 해체적 해석 -문학의 ‘재현’과 ‘반성능력’
   
영국의 시인 존 키츠는 당대의 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토로하면서 숨은 의도를 느끼게 하는 모든 시적 표현을 혐오한다고 말한 일이 있다. 의도를 가진 시란 그에게는 교훈적인 시를 의미했지만, 시가 되기 위하여 스스로 시처럼 보이려고 애쓰는 시도 혐오의 대상에 포함시켰다. 후자는 바이올렛이 “나를 보라, 내가 얼마나 예쁜가!”하고 스스로를 뽐내려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키츠의 말을 우리 상황으로 옮겨서 생각해 보면, 그것은 아마 한동안 많이 쓰이던 이데올로기적 시에도 해당되겠지만, 요즘 쓰이는 기발하고 별난 시들이나 시적인 정서를 한껏 풍기고자 안간힘을 쓰는 시들도 해당되는 터일 것이다.

의도를 가진 언어는 시에서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언어는 지칭하고자 하는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 발언자의 발언 의도를 품고 발화된다. 그리하여 말에는 거죽의 뜻과는 다른 속셈이 있을 수 있다. 그런 말은 의미가 문제되는 동시에, “왜 하필 지금 이 자리에서 저런 말을 하는 것인가?”라는 2차적인 질문이 일어나게 한다. 겉보기와 속셈의 차이는 모든 언어에 들어 있는 기능성이기도 하지만 사람과 사람의 신뢰도가 낮은 사회에서 이 차이는 한껏 커질 수밖에 없다. 

문학의 존재 이유를 간단히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기본은 실체로서의 역사(기억)의 복원에 있다. 그러나 그러한 역사와 사실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쉽게 답하기 어려워진다. 또 설령 역사가 객관적 실체로서 존재한다 하여도 우리가 수집하는 사실은 이미 우리의 필요에 의해 선택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상황에 연결되고 해석되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 주관적 관점이 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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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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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신문과 오래된 잡지 읽기를 즐기며, 책과 영상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 인문학자입니다.학교와 광장을 구분하지 않고 학생들과 시민들을 만나오고 있습니다. 머리와 몸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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