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맘의 영상을 웃으며 시청할 수 없었던 이유

이슬기 · 양육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봅니다.
2023/04/07
서준맘과 나의 같고도 다른 점

유튜브 <피식대학>에 서준맘(박세미 역)이 딱 붙는 원피스에 손목 보호대를 착용하고 처음 등장했을 때, 나는 생각했다. '뭐야, 신도시맘 조롱하는 콘텐츠 아니야?' 최근 몇 년간 신도시 엄마를 '맘충'으로 비하하는 시도는 계속되었고, 서준맘은 인터넷 밈으로 떠도는 신도시 엄마의 외현을 완벽하게 재현하고 있었다. 단순히 패션을 넘어, 외모에 관심이 많고 속물적이며 주변 뒷담화를 좋아하는 캐릭터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런데 서준맘은 '맘충'으로 프레이밍될 수 있는 특징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친화력이 좋고 미워할 수 없는 복합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좋은 엄마'와 '맘충'이라는 이분법을 넘어, '한가하고 팔자 좋은' 중산층 전업주부라는 타자화를 넘어, 서준맘을 실제 내 옆에 사는 이처럼 친근하게 느낀다.

나는 서준맘과 같고도 다르다. 나는 서준이와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키우지만 서준맘처럼 신도시에 살지 않고, 아이가 영어유치원에 다니지 않으며, 친구들을 쉽게 사귀지 못한다. 공통점보다 다른 점이 더 많다고 생각했던 캐릭터에게서 최근 진한 동질감을 느꼈다. 아들 서준의 시점에서 촬영한 서준맘의 일상 영상에서다. 서준맘은 방금 감은 머리를 수건으로 말아 올린 채 아이의 양치를 시키고 아이의 코를 풀어준다. 아이가 감기에 걸리자 "우리 배서준이 아파도 돼"라고 말하며 아이의 '열 보초'를 서다 끼무룩 잠이 든다. 나 역시 매일 반복하고 있는 노동의 목록들 아닌가.
▲ 유튜브 <안녕하세미> 채널, Going to ki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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