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의 기억

펄케이
펄케이 · 경계에서 연결을 꿈꾸며 쓰는 사람
2023/04/05
요즘 즐겨보는 프로그램 중에 고독한 훈련사라는 방송이 있다. 원래 방송시간은 목요일 저녁인 모양이지만 나는 주로 월요일에 재방송으로 보게 된다. 개통령이라 불리는 강형욱 훈련사가 나오지만 보고 있으면 스트레스가 쌓이는 다른 프로그램과는 달리 그야말로 힐링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는 다양한 지역과 환경에서 각자의 모습으로 보호자들과 함께 살고 있는 강아지들이 등장한다. 때로는 사소한 문제행동이 있기도 하고, 신기하리만큼 기특한 강아지들도 있다. 굳이 애써 사람이 정해둔 틀에 끼워 맞추도록 훈련해야 하는 내용이 아니라서 부담스럽지가 않다.
   
   동물들은 동물들대로 사람들은 사람들대로 환경에 맞추어 서로에 맞게 편안히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무엇보다도 보기 좋다. 중요한 건 그들 하나하나의 생이 각각 그 모양 그대로 소중하고 아름답다는 것이다. 고독한 훈련사를 보고 있노라면 내 어린 시절을 함께 했던 강아지들이 새록새록 생각난다.

   어린 시절부터 학창 시절까지 자라는 내내 언제나 강아지와 함께 살았기 때문에, 내게 강아지를 키우는 것은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었다. 첫 시작은 초등학교 때 막내 이모의 옆집에서 분양받아온 스피츠 믹스견 해피였다. 
   
   스피츠의 특성상 크기가 꽤 컸는데 베란다에 목줄을 해 두어도 낯선 사람이 올 때마다 짖는 소리가 너무 컸다. 덕분에 해피가 있는 동안 우리 집에는 그 어떤 친구도 놀러 오지 못했다. 그렇게 열심히 짖는 해피였지만 삼 남매를 공격하거나 물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우리 집에서는 3년 정도 해피를 키웠는데 털이 너무 많이 날리고 짖는 소리가 커서 엄마가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다고 포기선언을 하셨다. 눈물을 흘리며 싫다고 했지만 우리의 필사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해피를 다른 곳으로 입양 보내기로 했다.
   
   결국 교회 코앞에 있던 사찰 집사님 댁으로 해피가 가게 되었다. 그 후로 주일마다 교회가 있는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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