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연 · 교사
2023/09/23
'영자'는 갈 곳이 없다 - 구속된 여성과 징집된 남성
   
조선작은 1971년 『세대』지 신춘문예 선외작 공모에 단편소설 「지사총(志士塚)」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등단했다. 그는 현실 사회의 구조적 부조리, 특히 소외된 저변층의 생활을 소설적 소재로 취급하면서 현실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유지한다. ‘영자’로 대표되는 창녀 등 도시 변두리 밑바닥 인생의 비참한 삶과 그들의 애틋하고 소박한 꿈이 묵살되는 병들고 부당한 사회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주었다고 평가받기도 한다.
   
이 작품은 산업사회로 본격적으로 접어들면서 한국 사회의 새로운 문제로 부각된 여성의 상품화 현상을 다루어 1970년대 고도성장의 이면에 숨은, 왜곡된 산업화 과정에서 빚어진 현실의 부조리를 드러내고 있다. 

1970년대에는 자본주의의 심화에 따라 자본주의적 계층이 형성되고, 여성들의 사회 참여에는 한계가 있었고 그에 대한 적절한 보상 및 대우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국가는 ‘여성들의 애국’이라는 이름하에 매매춘을 조장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은 이 작품에서 ‘영자’의 삶을 통해 드러나며, 그 영향을 받은 사회적 약자의 모습이 처절하게 나타난다. 

월남전 참전용사였으나 겨우 살아 돌아와 목욕탕 ‘때밀이’, ‘세신사’로 살고 있는 창수와 여러 일을 거쳐 결국 성매매라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영자 두 인물을 중심으로 내용은 전개된다. ‘나’로 표현되는 창수는, 월남전 참전으로 훈장을 받았지만 그가 희망했던 직업들(화려한 술집에서 보타이를 매고 일하는 것 혹은 양복점의 재단사)은 경제적 상황적 한계로 가질 수 없었다. 나라가 준 ‘훈장’은 그의 생존을 보장해주지 못했다. 

‘나’는 경제적으로 조금의 여유가 생기자 군대에 가기 전 사귀었던 ‘창숙’을 찾으러, 꼭 그 이유만은 아니고 성욕을 자제하거나 적절히 풀지 못해 성매매를 위해 서울의 ‘사창굴’을 돌아다닌다. 그러다가 그곳, ‘오팔팔’에서 영자를 만나게 된다. 영자는 ‘나’가 군대에 들어가기 전 한 철공장 용접공으로 빌붙어 밥을 얻어먹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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