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폭력은 어떻게 개인에게 복제되는가 - 영화 <영자의 전성시대> 다시보기

강부원
강부원 인증된 계정 · 잡식성 인문학자
2023/07/30
영화 <영자의 전성시대>의 프롤로그 장면

국가의 폭력은 어떻게 개인에게 복제되는가 - 영화 <영자의 전성시대> 다시보기
     
조선작의 소설 『영자의 전성시대』와 영화 《영자의 전성시대》는 1970년대 한국 사회를 비추는 일종의 거울이다. 소설과 영화는 세계자본주의 체제 내부에 편입된 반주변부 국가의 위상과 행동 양식을 서울의 ‘창수’와 ‘영자’라는 인물들 간의 관계를 통해 상징적으로 재현하고 있다. ‘창수’는 월남전에 참전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는 귀환 용사이며 ‘영자’는 산업사회로 재편되는 한국 경제 구조상의 자본의 본원적 축적 과정의 희생을 그대로 보여주는 여성이다. 
   
1970년대는 박정희 일인 독재체제가 위악적으로 재편되는 시기였다. 4.19혁명을 뒤엎는 5.16 군사 쿠데타를 통해 등장한 박정희 정권은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라는 대외적인 모토를 걸고 1960년대를 실질적인 병영국가 상태로 지휘한다. 박정희가 주도한 인위적인 산업구조 재편은 수많은 문제점을 일으켰다. 기록적인 경제 성장률은 대다수 노동자들의 저임금과 상상을 초월하는 노동 강도를 통해 달성되었고 민주주의는 합리적인 절차와 내용을 지운 채 세계냉전체제 가운데 미국 중심의 자본주의 진영에 복속되기 위한 표피로써만 기능하고 있을 뿐이었다. 

무리한 경제 성장은 도시와 농촌의 급격한 격차를 낳게 되었고 중동발 오일 쇼크로 수출 중심의 공산품 생산마저 막대한 차질을 빚게 되자 한국 사회는 크게 동요한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3선 개헌을 통해 영구 집권을 노리던 박정희 정권은 강력한 민중의 저항에 부닥치게 된다. 이러한 위기에 봉착한 60년대 말과 70년대 초 상황에서 박정희 정권이 안팎의 균열을 타개할 국면전환을 위해 선택한 카드가 바로 ‘유신체제’ 선포와 ‘월남전 참전’이었다. 
영화 <영자의 전성시대>(김호선 감독, 1975). 광고포스터...
강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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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신문과 오래된 잡지 읽기를 즐기며, 책과 영상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 인문학자입니다.학교와 광장을 구분하지 않고 학생들과 시민들을 만나오고 있습니다. 머리와 몸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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