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향내향형의 아지트
2023/09/23
집순이와 가장 거리가 먼 사람을 고르라면 그건 아마 나일 것이다. 집에 있는 걸 싫어하진 않지만 휴일에 하루 종일 집에 있는 것보다는 바깥에 나가 무언가를 하거나 누군가를 만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훨씬 즐겁다.
보통 나의 삶이란 매일의 약속과 일정이 빽빽하게 짜여 있는 날들이 대부분이었다. 하루를 48시간처럼 직장과 교회, 개인일정과 약속까지 네다섯 가지를 한 번에 소화해 내며 꽉 채워 살았다. 그런 나날들이 당연했고 체력적으로 무리가 된다 싶으면 몇 달에 하루 정도 날을 잡아 아무것도 하지 않고 푹 쉬고 나면 금세 회복되었다.
결혼과 동시에 이사를 하고 삶의 기반이 달라지면서 친한 친구들도 각자의 가정이 생기고, 사는 지역이 멀어지면서 자주 만나기가 힘들어졌다. 부부로서 새로 옮긴 교회 공동체에서도 그랬다. 주말을 온전히 내어 주고도 늘 바쁘던 청년부 공동체에서와는 달리 장년부의 일정은 너무 느긋해서 오히려 적응이 잘 안 되었다.
고마운 분들의 도움으로 겨우 적응을 했을 무렵, 코로나가 터졌고 금방 잦아들 줄 알았는데, 상황이 점점 더 심각해져서 아무도 만날 수 없고, 어디에도 자유롭게 돌아다니기 힘든 환경이 주어지게 되었다. 세상에 혼자 갇힌 것처럼 너무 답답하고 숨이 막혀서 괴로웠다. 그런 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