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한 환대의 시간
2024/06/07
대학을 졸업하고 지금까지 20년 넘게 일을 하면서 많은 곳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어떤 곳에서는 숨을 크게 쉬는 것조차 눈치가 보였고, 또 다른 곳에서는 일할 때는 일하고, 친목을 다질 때는 확실히 노는 편이었다. 세 번째 회사에서는 어느 누구도 다른 이들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 그야말로 각자도생의 현장이었다. 네 번째 회사는 겉으로는 친절했지만 각자 겉과는 다른 생각을 내면에 품고 있었다.
학교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어느 정도의 기대감을 가졌었다. 적어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곳이니까 구성원들이 서로를 조금은 더 성숙하게 배려해 주는 곳일 거라고 생각했다. 모범이 되지 않고 가르치는 건 그저 허무한 공염불일 뿐일 테니까. 나의 바람은 이상일뿐이었고 지난 시간 동안 그 기대는 완벽하게 배신당해 왔다.
사실은 내가 너무 순진하고 사람을 잘 믿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나는 여전히 사람을 향한 믿음을 포기할 순 없었다. 매번 새로운 학교에서 일을 시작할 때마다 ‘혹시’ 하는 기대는 ‘역시’ 하는 실망감으로 무너졌다. 이상한 사람들도 많이 있었지만 물론 그런 시간들 속에서도 정말 소수지만 소중한 인연들을 만날 수 있었다. 힘든 시간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고마운 이들에게 기대어 어려운 시간을 버텨낼 수 있었다.
코로나 전후로 인간에 대한 모든 믿음을 잃었었던 그때, 나는 더 이상 사람에게 기대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한 사람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 교만이라는 생각도 많이 했고, 믿었던 사람들에게 뒤통수를 세게 맞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