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지도교수님이 한 20여년 쯤 전에 쓰셨던 어떤 논문이 떠오릅니다. 그 논문에서는 한국인의 내면에 존재하는 가치 체계가 '이중적인 구조' 를 갖고 있을 가능성을 암시합니다. 이는 한국인의 가치관이 겉과 속이 다르다는 게 아니라, 서로 다른 가치의 체계가 이중으로 세워져 있다는 것입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하지만 당장 제가 떠올린 예를 들자면, 한국인은 가장 이상적인 국가 모델로 어렵지 않게 스웨덴이나 핀란드 같은 북유럽 사민주의 및 공동체주의적 국가를 지목합니다. 그런데 '그와 동시에', 조금만 구체화된 수준에서 캐묻기 시작하면 한국인의 손가락은 북유럽이 아니라 이제 싱가포르나 대만을 가리키기 시작합니다. 한국인들은 스웨덴을 동경하면서도 그 이면에서는 싱가포르를 향해서 열심히 노를 저어 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두 가지 태도가 한국인의 내면에서 '상충되지 않습니다'. 단, 스웨덴과 싱가포르의 예시는 제 지도교수님의 당초 논지와는 무관할 수 있습니다.)
한국인들이 능력주의에 대해 갖는 시각을 위의 구도에 대입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실상 한국인들도 능력주의의 한계와 결점에 대해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우리 사회의 가장 이상적인 원칙으로서 능력주의 그 자체가 아니라 포스트-능력주의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동경과 동시에, 한국인들은 주어진 현실을 경영하는 원칙을 고를 때는 저도 모르게 능력주의에 ...
한국인들이 능력주의에 대해 갖는 시각을 위의 구도에 대입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실상 한국인들도 능력주의의 한계와 결점에 대해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우리 사회의 가장 이상적인 원칙으로서 능력주의 그 자체가 아니라 포스트-능력주의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동경과 동시에, 한국인들은 주어진 현실을 경영하는 원칙을 고를 때는 저도 모르게 능력주의에 ...
바로 그렇습니다. 말씀하신대로, 능력주의 옹호론의 기저에는, 최근 이준석대표가 인터뷰들에서 숨김없이 드러내듯이 미개-야만과 문명의 이분법 아래 후진국 콤플렉스를 극복하고자 하는 거시적 내러티브가 있습니다. 마치 신자유주의에도 좌파적 기원이 있고, 페미니즘에도 우파적 기원이 있듯이, 능력주의에 대한 열망 또는 희구는 족벌주의, 지역주의 따위의 불합리한 기억(이며 현존하는 체계)에서 기원하는 것도 같습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것이 더 강고한 불평등을 만들어냄에도 말이죠.
탁월한 답글 감사드립니다.
포스가 함께하기를.
이걸 건드리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같은 것일 수도 있겠군요.. 말씀하신 것 처럼 가이드가 있다면 의외로 싑게 넘어갈 수 있는 것이 능력주의와 관련된 논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바로 그렇습니다. 말씀하신대로, 능력주의 옹호론의 기저에는, 최근 이준석대표가 인터뷰들에서 숨김없이 드러내듯이 미개-야만과 문명의 이분법 아래 후진국 콤플렉스를 극복하고자 하는 거시적 내러티브가 있습니다. 마치 신자유주의에도 좌파적 기원이 있고, 페미니즘에도 우파적 기원이 있듯이, 능력주의에 대한 열망 또는 희구는 족벌주의, 지역주의 따위의 불합리한 기억(이며 현존하는 체계)에서 기원하는 것도 같습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것이 더 강고한 불평등을 만들어냄에도 말이죠.
탁월한 답글 감사드립니다.
포스가 함께하기를.
이걸 건드리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같은 것일 수도 있겠군요.. 말씀하신 것 처럼 가이드가 있다면 의외로 싑게 넘어갈 수 있는 것이 능력주의와 관련된 논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