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주의 비판에 대한 회의

김학준
김학준 인증된 계정 · 어쩌다 분석가
2022/04/04
공부도 고민도 부족해서 그런게 맞을텐데, 능력주의 관련 논의들은 굉장히 뭐랄까, lame하달까 별 신통찮다는 느낌이다. 볼수록 한동안 한국 담론장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던 신자유주의 담론 비판에, 일부 노동현장의 필드 리서치와 헤게모니 개념이 추가된 것으로만 보인다. 사회불평등론과 교육기회, 계층이동 등에 대한 연구에서도 항상 나오던 말들이 변주될 뿐이 아닌가 싶은데, 말하자면 새로운 것은 능력주의라는 말 뿐인 것 같다.

예컨대, 대니얼 마코비츠의 <엘리트 세습>은 능력주의로 몰락하는 중산층을 보여주는 만큼이나, 혹은 그보다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엘리트들의 자기착취를 다룬다. 주 52시간제가 법적으로 정해져 있는 나라에서 보기에 놀랍게도, 미국의 탑클래스 변호사들은 주 90시간도 우습게 일을 한다. Nine to Six라고 할 때, 앞의 9는 오전이 맞는데 뒤의 6도 오전인 것이다. 이런 살인적인 노동의 끝에 그들은 수천만 달러의 보상을 받는다. 그 배후를 살펴보면, 유치원까지 소급되는 고도의 교육투자와 숨막히는 경쟁과 같은 끝없는 노력이 있기에, '그들이 얻어낸 것'이라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물론 책의 핵심은, 엘리트/지배계급을 비판하는 방식의 담론은 더이상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포함하고 있기에 공정한 독후감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노동자의 자기착취는 신자유주의의 단골 소재였다. 다만 <엘리트 세습>은 엘리트조차 먹고놀지 않는다는 것을 조명했을 따름이다. 주마간산격으로 읽었으나마, 홍세화, 박권일, 채효정 등이 쓴 <능력주의와 불평등>역시 크게 다른 평가를 내리긴 어려울 것 같다. 요...
김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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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일베들의 시대 작가, 트위터 Paledot(@GheemHak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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