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주의 비판에 대한 회의
예컨대, 대니얼 마코비츠의 <엘리트 세습>은 능력주의로 몰락하는 중산층을 보여주는 만큼이나, 혹은 그보다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엘리트들의 자기착취를 다룬다. 주 52시간제가 법적으로 정해져 있는 나라에서 보기에 놀랍게도, 미국의 탑클래스 변호사들은 주 90시간도 우습게 일을 한다. Nine to Six라고 할 때, 앞의 9는 오전이 맞는데 뒤의 6도 오전인 것이다. 이런 살인적인 노동의 끝에 그들은 수천만 달러의 보상을 받는다. 그 배후를 살펴보면, 유치원까지 소급되는 고도의 교육투자와 숨막히는 경쟁과 같은 끝없는 노력이 있기에, '그들이 얻어낸 것'이라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물론 책의 핵심은, 엘리트/지배계급을 비판하는 방식의 담론은 더이상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포함하고 있기에 공정한 독후감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노동자의 자기착취는 신자유주의의 단골 소재였다. 다만 <엘리트 세습>은 엘리트조차 먹고놀지 않는다는 것을 조명했을 따름이다. 주마간산격으로 읽었으나마, 홍세화, 박권일, 채효정 등이 쓴 <능력주의와 불평등>역시 크게 다른 평가를 내리긴 어려울 것 같다. 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