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후 대한민국 - 용적률이 쏘아올린 럭비공 (3편)

최경호
최경호 · 돈 안되는 부동산을 하고 있습니다
2022/04/01
장면#3: 동방의 등불(상)

김기자는 소스라치며 일어났다. GTX안에서 잠들었구나. 기차가 ‘고평도청’역에 들어선다. 고평도는 과거 고양시, 은평구, 마포구와 파주시 남부권이 통폐합된 도시다.

출퇴근 인구에 따른 생활권 중심으로 행정구역이 개편된 결과, 17개 광역시도(道)와 226개 기초지자체가 헤쳐모여서  28개의 도(都, 대생활권)와 450여개의 진(기초생활권)으로 재편하는 결정이 내려진 것이 2년전인 2030년의 일이다. 도(都)가 일본식 표현이 아니냐는 반발도 조금 있었지만, 경제발전으로 인한 자신감 때문이었는지 여론은 큰 무리없이 명칭 도입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권한, 인구, 면적 측면에서 이전의 시와 도(道)의 중간에 있는지라 아직 많은 이들은 ‘시'라고 부를 때도 많다.
2032년의 고평도 경계 (2030년 확정)

철로위 데크를 떠받치는 기둥들이 열차 옆으로 지나가며 햇살을 산란시키고 있었다. 그림자가 줄지어 얼굴위를 훑어대니 꼭 무언가 쏟아지는 기분에 흙더미가 덮치는 꿈(용쏘공2편 참고)을 꾸었나. 

얼마전 건설부동산 분야 기자로 배치 받아서 자료조사에 너무 빠져들었던 것 같다. 2020년대 초반 서울에서 발생한 싱크홀 기사와, 천신만고 끝에 마련한 ‘내집’이 싱크홀에 빠져든 평범한 가정의 이야기를 그린 당시의 한국 영화를 며칠 전에 봤던 것이 강렬한 인상으로 남았나 보다. 

핸드폰을 보니 2032년 4월 2일. 김기자가 아는 그 시간이 맞다. 내가 나일 수 있는 것은 무슨 거창한 인식론으로 정리되는 게 아니라, 그저 꿈에서 깼을때의 기억이 곧 나라는 생각이 든다. 잠든 채 일어나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던 재수시절이 떠오른다. 경증의 조울증이 재발하지나 않을까 걱정을 하며 정신을 다잡고 차에서 일어선다. 

오늘 인터뷰이를 만나고 나면 또 기운이 좀 날까. 그러면 좋겠다. 여성청년 출신으로 정치를 시작해서 세입자권리와 지속가능한 재개발, 심지어 국토계획에까지 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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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중립성연구소 수처작주'의 소장입니다. 어디에서 살든 누구나 주인이 되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한국사회주택협회 정책위원으로 활동하며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로 대학원에서 '사회주택론'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집을 사도 욕 먹고 안 사도 욕 먹을 운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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