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후 대한민국-용적률이 쏘아올린 럭비공 (2편)

최경호
최경호 · 돈 안되는 부동산을 하고 있습니다
2022/03/19
장면#2. 도시의 부도.

‘띵'소리에 깬 김팀장은 잠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분명히 좀 전에 엘레베이터가 도착해서 탄 것 같은데(장면 1. 용적률이 쏘아올린 럭비공1편 참고)... 

초인종 소리다. 잠에서 덜 깬채로 김팀장은 주변을 둘러본다. 1년전에 아래집에서 윗층에서 올라온 다세대 주택 꼭대기의 자기 집이 맞았다. 

꿈 치고는 너무 생생했다. 아마 1년전에 이사가고 싶어서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봐두었던 강변의 아파트가 강렬한 인상으로 남았던 모양이다. 꿈속에서는 회사도 차려서 대표가 되었던 것 같다. 휴일에 누가 찾아온 걸까?

‘오에스요원인가..?' 

하면서 김팀장은 현관으로 간다.

김팀장이 대학생이던 시절, 재건축조합에 시공사의 홍보요원으로 투입되어 호별방문을 했던 기억이 난다. 시공사로 선정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던 시절에는 건설사가 아웃소싱한 홍보업무, 동의서 징구 업무 등을 위해 외주업체를 동원했고 주민들을 만나러 다니는 이들을 오에스(OS)요원이라고 불렀다. 덕분에 건축학과를 다녔던 김팀장은 쏠쏠하게 돈을 벌었더랬다. 명문대 건축학도가 방문해서 설명하면 이야기가 좀 더 술술 풀렸기 때문에 건설사들은 ‘이빨이 먹히는' 동네 왈왈구찌님들 뿐만 아니라 적당히 이름이 나가는 대학 관련학과의 인물 훤칠한 대학생들을 동원했었다. 하지만 이젠 그런 호시절은 지났다.

사실 이 집은 김팀장 소유의 집은 아니다. 오에스요원을 맞이하긴 멋적다. 원래는 이 집도 아니고 이 아래층에서 전세로 총 4년을 살았다. 한번 연장한 계약기간이 끝날 때 쯤엔 동생과 함께 살아야 하는 형편이 되면서 좀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가려고 했다.  집주인의 제안에 따라 고육지책으로 꼭대기층으로 옮기게 된 것이다. 임대인은 부모님께 빌라를 상속받았는데, 집만 물려받았지 전세금 빼줄 돈이 없어서 팔아서 빼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몇년전부터 부동산 가격이 정체하면서 최근엔 거래도 얼어붙자, 집이 팔리지 않아 보증금을 빼주기 어렵다고 했다. 대신 부모님이 사시던 꼭대기층으로 옮기면 어떻겠냐고 해서 어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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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중립성연구소 수처작주'의 소장입니다. 어디에서 살든 누구나 주인이 되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한국사회주택협회 정책위원으로 활동하며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로 대학원에서 '사회주택론'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집을 사도 욕 먹고 안 사도 욕 먹을 운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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