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생각해야 할 것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인증된 계정 · 다른 시각을 권하는 불편한 매거진
2023/08/08
  • 신은희 l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티베트 사자의 서』를 다시 생각하며
최근 한국 사회 유명인들의 자살 소식을 접할 때마다 ‘죽음은 과연 모든 것의 종말인가’ 하는 생각이 스쳐 간다. 대부분 자살의 근본적인 동기는 고통의 종결에 있다. 그러나 과연 자살로, 인위적 죽음으로 삶의 고통은 종식될 수 있는가? 아니면 ‘사후생’(afterlife), 죽음 이후 또 다른 삶이 시작되는 것인가? 
 
파드마삼바바의 모습을 그린 그림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이 표현은 로마 시대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개선장군들의 외침에서 유래한다.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자만하지 말고, 오늘은 살아 있지만 내일은 죽을 수 있음을 기억하라는 실존적 메시지다. 우리는 과연 죽음을 기억하며 살고 있는가? 
미국의 인류학자 어니스트 베커는 인류는 죽음을 지연시키기 위해 ‘문명’을 일으켰다고 말한다. 죽음을 극복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문명과 문화를 발전시켰고, 인간의 무의식에는 존재의 불멸을 추구하는 경향성이 남아있다. 하지만 인간의 욕망과 상관없이 모든 인간은 마침내 죽음을 맞이한다. ‘오늘 하루도 잘 살았다’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죽음의 순간에 더욱 가까워졌을 뿐이다. 인간은 더 나은 삶을 위해 몸부림치지만 결국은 죽음과 마주하게 된다. 죽음의 심연에 이르면 아무것도 알 수 없는 미망의 세계가 시작된다. 죽음은 과연 생의 종말인가? 아니면 또 다른 생의 새로운 시작인가? 
인류사회는 죽음에 관해 문화마다 다양한 관점을 발전시켜 왔다. 기독교 문명에 뿌리를 둔 서구사회는 죽음 이후 신과 함께하는 ‘영원한 낙원’ 개념을 강조한다. 과거, 현재, 미래의 직선론적인 시간개념에 기초한 기독교 전통은 죽음을 신의 종말론적 시간과 결부시켜 ‘영원한 생’을 상상해 왔다. 물론 기독교 내에서도 천국의 개념은 다양하게 해석된다. 복음서 저자들은 천국을 죽어서 가는 ‘저세상’이 아니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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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르몽드의 대표적인 자매지로 약칭은 "르 디플로"입니다. 국제뉴스를 다루는 월간지로 30개 언어로 51개 국제판이 발행되고 있다. 조르조 아감벤, 아니 에르노, 알랭 바디우, 슬라보예 지젝, 피에르 부르디외 등 세계적 석학들이 즐겨 기고했으며, 국내에서는 한국어판이 2008년10월부터 발행되어 우리 사회에 비판적인 지적 담론의 장으로서 각광받고 있습니다. 노엄 촘스키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를 일컬어 "세계를 보는 창"이라고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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