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사바지를 입는 남편

루시아
루시아 · 전자책 <나를 살게 하는> 출간
2024/05/27

남편은 자린고비다.
아니다. 다른 사람(주로 가족)에게는 아낌없이 쓰는데 유독 자신에게만 짜다. 그나마 다행으로 알아야 하는 걸까.
한 계절에 옷 두 벌로 나니 말 다 했다. 그냥 패션이라는 개념이 없는 사람이다. 결혼한 남자의 의복이 변변치 않으면 당신이 욕을 먹는 게 아니라 와이프인 내가 욕을 먹는 거라고 귓구뇽(귓구멍)에 대고 아무리 이야기를 해줘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다. 사람은 내면이 중요하지 외면은 중요하지 않다나? 물론 맞는 말이다. 그래도 좀 중간은 가자 응? 이거 뭐 와이프 욕 먹이기 프로젝트 중인가?

외출복도 두 벌로 땡인데 실내복이라고 뭐 다르겠나. 더하면 더 했지.
따땃한 날이 지속되는 늦봄부터 초가을까지 남편은 무릎길이의 반바지를 즐겨 입는다. 그 문제의 바지는 몇 년 동안 줄기차게 입었던 옷이다. 브랜드 옷도 아닌 보세옷이니 몇 년간 입었으면 이젠 그만 입고 보내주어도 되련만 그의 사전에는 이만하면 되었다 따위는 없는 모양이다. 결국 면소재 반바지의 허리를 굳건히 잡아주었던 널따랗고 흰 고무줄은 명을 다하고 말았다. 힘이 없으니 자꾸만 흘러내리는 바지는 가뿐히 팬티의 허리라인을 보여주기에 이르렀고 급기야 인싸들만 코디한다는 팬티라인 살짝 보여주기를 따라 하는 형국이다. 아니 그걸 왜 자기가 그러고 있냐고...

출처. 인스티즈 (이런 패션은 캘빈클라인 정도는 입고 하는 거 아니뉘, 응? 왜 펄렁이는 사각팬티를 입고 그러는 거뉘?)

허리춤에 팬티 허리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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