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아니 데모크라티아에 대한 오해의 풍경

노경호
노경호 · 연구자
2023/10/27
민주주의는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 민주주의란 말은 번역어로서도 좋은 번역이 아닐 뿐더러 너무 오용되어서 그냥 원어 그대로 데모크라티아(δημοκρατία)라고 부르는 게 낫겠다. 가장 단순하고도 근본적인 의미에서, 정치를 "모두에게 좋은 것과 정의로운 것을 찾아서 이루려는 모든 인간의 활동"이라고 정의해보자. 이것 자체가 결코 데모크라티아의 정의는 아니지만, 우리가 -kratia 내지는 "민주정"이란 번역어의 "政"을 정치로 이해한다면 이러한 정치에 대한 의미를 데모크라티아에 대한 이해에 집어넣어야 한다. 그렇다면 나는 데모크라티아를 "한 공동체 안에 속한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 모두에게 좋은 것과 정의로운 것이 무엇인지를 적극적으로 찾고 말하고 그것을 이루는, 이룰 수 있는, 혹은 그렇게 하기를 기대받는 정치체제"라고 말하겠다. 그러나 민주공화국을 자처하는 대한민국의 시민들은 줄곧 이 사실을 잊는다.

1. "정치 무경험"이라는 비판
예를 들어, 최근 임명된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에 대해 "정치 무경험"과 같은  비판이 있다. 그러나 이는 대단히 반민주적인 것이다. 애초에 데모크라티아는 정치에 전문가가 따로 있다는 생각을 부정하는 체제이기 때문이다. 만약 누군가 이러한 비판을 한다면  도대체 그는 그럼 정치는 누가 해야 되는지, 그럼 정치를 했던 자신은 그럴 자격이 있고 "정치 무경험"자는 정치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인지에 대해 답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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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고대철학과 정치철학을 공부합니다; 번역: <정치철학사>(공역, 도서출판길, 2021), <자유주의 이전의 민주주의>(후마니타스, 2023); 신문 <뉴스토마토> 시론 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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