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댄서
서툰댄서 · 네트워크를 꿈꾸는 자발적 실업자
2024/05/15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데이비드 파렐이 쓴 '선거제도의 이해'라는 책을 읽었다. 2011년 쓰인 책이다.
전세계의 선거제도 유형들을 두루 다루고 있어 상당히 지루하긴 했어도 도움은 많이 된 것 같다.
어떤 선거제도가 좋은 것일까?
정답은 없다. 책 안에는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선거제도를 물은 설문 조사 결과가 나오는데, 가장 선호된 제도는 독일식의 혼합형 비례제이다. 169명 중 52명이 이 제도를 1순위로 선택했다. 하지만 1인 선출 단순다수제(우리나라에서 보통 소선구제라고 불린다)를 1순위로 선택한 전문가도 21명이었다. 그렇긴 해도 대체적으로는 폐쇄형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개방형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단기이양제 등 비례성을 비교적 높게 보장하는 선거제도들이 선호되는 경향은 뚜렷하다.
책에서도 1인 선출 단순다수제보다는 비례제 선거제도가 낫다는 결론을 내린다. 비례성을 보장한다는 명분에서 앞서는 반면 비례성이 정부의 불안정성을 해친다는 등의 단점으로 주장되는 내용들은 객관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이다. 다만 어떤 비례제가 최선인지는 국가 상황마다 다를 것이라고 한다.
이 결론 역시 더 따져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비례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은 강력한 명분이다. 하지만, 비례성이 높아지는 것에는 정치의 불안정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 극단적인 정파들에게 진출 기회를 준다는 것, 정당 간의 협상이 필요하기 때문에 오히려 유권자 입장에서 민주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 등 다양한 비판이 있을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비례제 선거제도를 채택한 국가들이 보통 의원내각제인 것과 달리 대통령제임을 고려해야 한다.
책에서는 선거제도의 대폭적인 변화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도 이야기한다. 영국이나 네덜란드 등에서 선거제를 개혁하려는 시도는 여러 번 있었지만 좌절되고 말았다. 정치인들은 선거제도에서 얻을 수 있는 기득권을 쉽게 버리려 하지 않고, 유권자들은 선거제도에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 예외적인 사례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단순다수제에서 혼합형 비례제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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