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절망은 자주 희망이 된다, 왜냐하면

백승권
백승권 인증된 계정 · Writer & Copywriter
2023/09/27
Don't Worry, He Won't Get Far on Foot



타인의 절망은 자주 희망이 된다. 난 저 정도는 아니지. 이상하지만 반사적인 위안을 얻는다. 당신의 고통과 슬픔과 아픔을 공감합니다.라는 태도로 위장하기도 하지만, 같은 맥락과 상황의 고통과 슬픔과 아픔이 아니라면 가능할 리 없다는 것을 모두가 안다. 존 캘러핸(호아킨 피닉스)은 평생 휠체어 선고를 받는다. 술 먹고 차사고 났다. 같이 술 마신 운전자는 멀쩡했고 동승했던 존의 인생은 영원히 직립할 길이 없었다. 휠체어 상태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건 희망이 아니라 술병이었다. 존은 몸이 쓰러질지 언정 술을 위장에 24시간 들이부어야 하는 중독자였다. 사고 이후 달라진 건 서서 술 마시던 존이 앉아서 술 마시는 존이 되었다는 것뿐이었다.

존은 우연히 알코올 중독자 모임에 참석하게 된다. 존의 사연을 듣던 옆사람이 웃는다. 존은 발끈한다. 나는 엄마가 원하지 않은 아이로 태어나 버림받고 내내 따돌림당하다가 10대 때부터 술에 의지해 이렇게 처참한 사고까지 당해 이 지경이 되었는데 이렇게 가슴 찢어지고 구구절절한 사연을 듣고 웃어?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 중에서 자기 연민은 독이었다. 웃었던 사람은 생사를 오가는 심장질환을 겪고 있는 사람이었다. 존은 숙연해진다. 세상에서 내가 제일 불행한 줄 알았지. 겉은 멀쩡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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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ywriter. Author. 『저항 금기 해방-여성영화에 대하여』, 『너의 시체라도 발견했으면 좋겠어』, 『도로시 사전』, 『광고회사를 떠나며』, 『저녁이 없는 삶』 등을 썼다.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 sk027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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