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다양성을 혐오하는 동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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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1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최재천 석좌교수(이화여대)가 지난 11월21일 전남대를 찾았다. 오후 2시 강연인데 대학본부 2층 용봉홀이 꽉 차서 발디딜 곳이 없었다. 좌석이 없어 신문지를 깔고 앉아야만 했다. 역시 석학은 다르구나! 감탄을 했다. 네임밸류 만큼 내용도 알차고 위트도 상당했다. 강연 내내 객석에서 박장대소가 나왔다.
 
우리나라는 참 이상한 나라다. 서양에서는 환경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보통 우파다. 그러나 한국에서 환경 이야기를 하면 좌파로 본다. 그래서 나는 좌파가 되었다. 하지만 나는 조선일보를 13년 동안 구독했다. 이 신문을 보는 분들은 내가 우파인줄 알고 있다. 사실 내가 어디에 속해 있는지를 잘 모르겠다. 굳이 따지자면 나는 ‘양파’다
 
▲ 최재천 교수의 모습.<사진=최재천 교수 페이스북>
이제 강연 내용으로 가보자. 먼저 최 교수는 자연계의 다양성에 대해 풀어내면서 공진화 개념을 설명했다.
 
벌레가 이파리를 맛있게 먹고 있다. 그런데 이파리를 다 먹고 나서는 문제가 생긴다. 자연계는 워낙 다양한 곳이다. 똑같은 식물이 바로 옆에서 다시 자란다는 보장이 없다. 오랜 진화의 역사를 통해 식물과 식물을 갉아먹는 곤충 간에는 굉장히 세밀한 조율 과정이 있다. 그걸 우리는 공진화라고 부른다. 서로가 서로에게 맞춰 가면서 함께 진화하는 것이다.
 
인간 말고 동물세계에서는 오직 약육강식의 법칙만 있다고 알고 있었는데 함께 진화한다는 개념이 새로웠다.
 
아무 곤충이 아무 식물이나 먹는 게 아니다. 애벌레는 이파리를 먹고 난 다음 옆에 있는 음식물을 먹어본다. 그러다가 이걸 못 먹겠다 싶으면 길을 떠난다. 자기가 아까 먹었던 이파리를 찾아 떠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이파리가 한 5미터 정도 떨어져 있다고 가정해보자. 인간에게 있어서 5미터는 너무 가깝다. 그냥 몇 발자국만 가면 된다. 그러나 작은 벌레에게 5미터는 거의 9만리다. 벌레가 시력이 좋아서 그 거리를 바로 직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냄새도 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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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는 언론사입니다. 국회를 출입했던 정치부 기자 출신 30대 청년이 2021년 3월 광주로 내려와서 창간했습니다. 지속적으로 좋은 기사를 쓰고 싶어서 겁 없이 언론사를 만들었는데요. 컨텐츠 방향성, 취재 인력, 초기 자금, 수익구조, 사무실 등 무엇 하나 만만한 것이 없다는 걸 깨닫고 있습니다. 좋은 공동체를 위해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언론인의 자세, 이것 하나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끝까지 버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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