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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받습니다] 우리집이 망했다

마민지
마민지 인증된 계정 · 영화감독, 작가
2023/11/07
alookso 유두호

독립영화감독이자 작가인 마민지입니다. 

올여름 에세이 『나의 이상하고 평범한 부동산 가족』을 출간했습니다. 지난달까지 <얼룩소>에서 ‘죽음에 대한 수다'라는 글을 연재했는데요. 이번에는 유년기 시절 ‘IMF 외환위기'를 겪은 ‘K-장녀'의 이야기를 꺼내보려 합니다. 

저의 첫 영화 <버블 패밀리>와 책은 ‘그날은 우리 집이 망한 날이었다'라는 이야기에서 출발합니다. 

유년기 시절에 IMF 외환위기를 통과하며 ‘중산층’의 삶을 영위하던 가족이 경제적으로 몰락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신축 아파트에 살며 엄마를 따라 백화점 문화센터에 다니던 어린 시절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사춘기가 된 저는 드라마에서 보던 그 빨간 딱지가 붙은 컴퓨터 앞에 앉아 수행평가 숙제를 하고 있었습니다. 삶의 환경이 통째로 바뀌었는데 누구도 그 이유를 설명해 주지 않았습니다. IMF 외환위기는 빠르게 극복하고 지나간 과거의 일이었으니까요. 성인이 된 이후로는 형태만 겨우 유지하고 속은 비어버린 ‘정상가족'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애쓰며 살았습니다.  

부모님이 과거에 건설 사업을 했지만 IMF 이후로 힘들어졌다는 것만 대략적으로 알고 있다가 우연한 기회에 부모님의 생애사를 인터뷰하며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도시 개발이 한창이던 80년대 서울 강남 일대에서 두 사람이 부동산 사업을 하며 돈을 벌었다는 것입니다. 흔히 말하는 소규모 건설업자, 즉 ‘집장사’(요즘 용어로는 ‘부동산 디벨로퍼')를 말하는데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세대 주택을 이런 ‘집장사'들이 짓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20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부동산과 관련된 일을 하며 다시 중산층이 되기를 꿈꾸는 부모님이 답답하기는 매한가지였으나, 인터뷰를 계기로 영화를 찍으며 두 사람이 왜 여전히 땅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도시 개발의 흐름 속에서 부동산 투기의 광풍을 부추겼던 사회를 돌아보며 우리 가족의 삶이 사회와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는지를 분명히 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부동산과 주거 문제가 오늘내일 만 말하고 끝날 이야깃거리가 아니다 보니 영화를 만든 후로도 집과 관련한 에피소드가 계속 쌓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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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를 기반으로 창작활동을 한다. 사회 주변부적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며 문화예술사업을 기획한다. 다큐멘터리 〈버블 패밀리〉(2018), <착지연습(제작중)> 연출, ‘상-여자의 착지술' 프로젝트 기획단, 에세이 <나의 이상하고 평범한 부동산 가족>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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