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 난생 처음 우박을 맞았다. 나는 친구 두 명과 하교 중이었다. 순간 하늘에서 흰 쌀 크기의 작은 얼음 알갱이들이 우수수 쏟아졌다. 우리는 서로 알갱이들을 털어주며 까르르 웃었고, 머리카락 사이로 숨어든 우박이 비듬 같다는 실없는 농담을 하며 킬킬댔다. 처음 마주한 우박은 하늘에서 내리는 쌀 같았고, 철없게도 저게 정말 쌀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하늘에서 쌀이 내리면 아무도 배고프지 않을 거야. 내가 좋아하는 쌀떡볶이도 더 많이 먹을 수 있겠지? 우리 엄마가 가계부를 보며 한숨 푹푹 쉬는 일도 없을 텐데. 하지만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나는 쌀떡볶이를 배터질 정도로 사먹을 수 있는 어른이 됐지만 우리 엄마는 아직도 가계부를 보며 한숨을 내쉬고,  세상에는 배고픈 사람이 줄어들었기는 커녕 오히려 더 많아졌을 수도 있다. 그래도 그 우박이 내게 준 기적은 분명 있을거야. 이렇게 믿으며 곰곰이 생각해보면, 역시 그 때 함께 우박을 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