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쌀이 내린다면

졸린마리모
졸린마리모 · 여유있게 조금씩 나아가는 대학생
2022/02/26
중학교 때 난생 처음 우박을 맞았다.



나는 친구 두 명과 하교 중이었다. 순간 하늘에서 흰 쌀 크기의 작은 얼음 알갱이들이 우수수 쏟아졌다. 우리는 서로 알갱이들을 털어주며 까르르 웃었고, 머리카락 사이로 숨어든 우박이 비듬 같다는 실없는 농담을 하며 킬킬댔다.

처음 마주한 우박은 하늘에서 내리는 쌀 같았고,
철없게도 저게 정말 쌀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하늘에서 쌀이 내리면 아무도 배고프지 않을 거야.
내가 좋아하는 쌀떡볶이도 더 많이 먹을 수 있겠지?
우리 엄마가 가계부를 보며 한숨 푹푹 쉬는 일도 없을 텐데.


하지만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나는 쌀떡볶이를 배터질 정도로 사먹을 수 있는 어른이 됐지만
우리 엄마는 아직도 가계부를 보며 한숨을 내쉬고, 
세상에는 배고픈 사람이 줄어들었기는 커녕 오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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