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고 나서면 나는 납품 되어 나가는 빵처럼 비닐 포장에 싸여 밖으로 나가게 되지 비닐봉지는 투명해서 내가 보이고 비닐 안은 덥고 조금 갑갑해 몸을 움직일 순 없지만,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어서 행복해 나는 밀가루였다가 우유랑 버터와 뒤섞여 누가 누군지 분간할 수도 없어 소금이 조금 첨가되지만 내 안은 아주 미미할 뿐이야. 나는 지난밤 냉장고 속 같은 어둠 속에서 부풀어 올라. 부풀어 오른다는 건 어쩌면 부피를 지칭한다기보다 찰기를 의미하는 말인 것 같아. 수 없이 바닥에 나동그라지는 동안 내 안의 공기는 기표 하나 없이 남겨지겠지. 나는 어떤 빵이 되고 싶은 건지 모르겠어. 나는 매일 다른 빵이 되어가고 있거든 어떤 날은 튀겨지고 난 뒤 붉고 축축한 야채들을 갈라진 틈에 품 기도하고 어떤 날은 검고 달콤한 앙금을 품기도 지난번 마지막 기억으론 하였고 순결한 느낌의 폭신한 크림을 품었던 날도 있었지. 기억들이 오래가지 못하거든. 그날 마지막 줄에 있었던 반죽은 온몸에 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