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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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주는 삶의 위력 -

최근 축구 선수 김민재는 매순간 엄청남을 보여주고 있다. 원래 잘하는 것은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빨리 더 큰 무대에서증명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는데 이정도 일줄은, 이렇게 빨리 보여줄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전 축구 선수 리춘수 아니 이천수는 아마 김민재로 말미암아서 앞으로 대한민국에 수비수가 되는 것을 적극적으로 꿈꾸며 지원하는 유소년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 이유는, 어릴적 축구를 배우고 할 때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은 역시나 골을 넣는 공격수다. 더군다나, 월드클래스 공격수, 올 해 발롱도르 11위인 손흥민이 있으니 이런 현상은 더욱 가속 되었다.     이런 분위기를 알고 있는 학부모들도 축구를 시킬 때 우리 아이가 공격수가 되기를 원하는 풍조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이제는 김민재의 활약을 보며 수비수로도 저런 멋진 역할을 할 수 있고, 월드 클래쓰가 될 수 있구나라는 사례가 생겨버렸으니, 나도 열심히 해서 김민재 선수 처럼 할래요 라고 말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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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 나는 백수가 아닙니다 -

동네 사람들이 나를 백수로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지 오래다. 나음이를 안고 세음이를 등교를 시키고, 나음이를 어린이 집에 데려다 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다시 하교를 하는데 가서 비슷한 모습으로 서있곤 한다.    오전에는 아빠가 등교 시키는 아이들을 한두명 정도는 볼 수 있는데, 하교 시키러 올 때는 오롯이 나 혼자다. 가끔 마주 치는 시선에 의미 따위는 전혀 담겨 있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백수로 확신한 눈빛은 아닐까 하고 괜히 움츠러 들곤 한다.    운동을 가는 시간도 주로 오전이긴 하지만 변수가 많아서 그야말로 되는 시간을 짜내서 갈 때가 더 많다. 그러다 보니 어떤 날은 아침에 나타나고, 어떤 날은 점심에 나타나고, 어떤 날은 점심도 저녁도 아닌 애매한 사이에 나타나고, 어떤 날은 밤 늦게 나타나고 하다 보니, 나이는 기록을 봐서 알터이고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일까, 백수임이 분명하다 라고 생각하진 않을까 하고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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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왜 점점 단축수업을 하듯 운영되는 것일까 -

영원할 것처럼, 곁에, 옆에 있을 것 같이 보이는 것들이 빼앗기는 시절을 보내고 있다. 언제까지라도 당연시될 것이라 생각되던 많은 것들은 이미 그 문법을 한참 벗어나버렸다. 모든 것이 당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만이 당연해지고 있는 것 같다.    가을도 그러하다. 가을은 왜 점점 단축수업을 하듯 운영되는 것일까. 누가 가을을 빼앗아 가고 있는 것일까.    모든 계절 중에 가을을 제일 사랑한다. 춥다 와 덥다 그 어느 편도 들지 않는 절묘한 온도의 균형감각, 봄과비슷한 밝은 톤을 가졌지만 가볍지 않은 하늘의 채색, 이때를 위한 그때를 성실히 보내고 자신을 불태우는 은행, 단풍나무의 아리아.    사랑하는 계절과 나누는 사랑의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재작년에는 조금 아쉬운 정도였다면, 작년에는 확연히 짧아졌고, 올해는 거의 생략 수준이다. 출전 기회를 얻지도 못하고 그대로 한 시즌을 보내버린 옷장 속 가을 옷들이 그것이 느낌만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준다.    많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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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비극에 대해 섬세하게 아파하는 나를 전시합니다 -

이번 비극에 대한 순도 높은 아픔보다, 이런 비극에 대해 섬세하게 아파하는 나를 전시하고 싶은 마음이 분명히 있었다. 많이 아프고 먹먹했던 것은 감출 수 없는 사실이지만, 굳이 그것을 써냄을 통해서 나는 이정도 아파할 줄 아는 사람라는 것을 구체적으로 증명하고 싶은 마음.    줄 지어 올라오는 각자의 애도의 글들을 보면서, 글쓴이의 마음이 어디서 출발했는지 잘 알턱이 전혀 없음에도 의도의 순수성에 대해서 물고 늘어지는 것을 보며 더더욱 확신했다. 무릇, 내 안에 있고, 가득한 것으로타자를 보고 판단하기 마련이다.     내 안에 없고, 가득하지 않다면,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내가 꼭 그런 마음이었기에 풍경들이 이렇게 보이는 것이었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인데.     물론, 글을 쓰는 것은 내 안에 흐릿한 것들을 써내는 과정을 통해서 선명하게 만드는 힘을 주곤 한다. 그 생각이나 마음이 온전하지 않아도, 써냄을 통해서 그곳을 지향하게 하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주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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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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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글쓰기를 잘하게 되는 방법 세가지 -

반드시 글쓰기를 잘하게 되는 방법 세가지가 있다. 다른 사람글을 잘 읽고 좋아요를 찍고, 충조평판이 담기지않는 댓글을 달고, 누군가 내 글에 댓글로 반응해주면 대댓글을 다는 것이다. 공동체로 글쓰기를 가르칠 때가장 많이 강조하고, 반복하고, 끝내 하게 만드는 영역이다.     모든 글이 그러한 것은 당연히 아니지만, 어떤 글들은 반드시 마음의 잉크로 쓰여진다. 그런 글들을 잘 읽다 보면 사람의 마음은 무엇으로 되어있는지, 어떤 것으로 되어있는지를 배우게 된다.     마음은 마음에 비춘다. 너의 마음은 나의 마음을 알게 하고, 나의 마음은 너의 마음을 알게 한다. 인간은 거기서 거기이기 때문이다. 이러므로, 남의 글을 잘 읽고 좋아요로 반응할 줄 하는 법을 배울수록 글을 잘 쓸 가능성을 품게 되는 것이다.      댓글을 다는 것은 앞서 말한 마음을 읽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행위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좋았는지는콕 찝어 말해주는, 쓰는 공감이 곧 댓글이다. 다만, 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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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우
나는 산소 호흡 하듯이 책을 읽는다
김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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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작가님의 글이 산소호흡기 입니다.

오늘도 호흡 시게 들이 마시고 갑니다. 지하철에서, 아이가 잠든 밤에, 화장실에서, 밥을 먹다가도, 틈틈히 그렇게, 마침내 사는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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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앞에서 부부싸움, 이것만 지키면 된다 -

아이 앞에서 아내와 싸울 때가 있다. 그러면 안 되는 거 안다. 하지만 인간은 머리보다 가슴이 시키는 일을 하기 마련이다.    부부싸움은 늘 그렇듯, 싸울 때는 마치 이걸 해결 못 하면 죽을 것처럼 싸우는데, 막상 지나고 나면 망각의 늪을 뒤적거리며 도대체 왜 싸웠지 하고 되묻게 된다. 그러다가 싸우려고 싸웠던 게 아니었다는 생각에 도달해본다. 잘 지내고 싶은데, 사랑하고 싶은데, 잘 살고 싶은데, 두 사람만 아는 사소한 일들이 입체적으로 쌓이고 쌓이다 보면 폭발하는, 여전히 미숙한 언어와 표현의 정점이 부부싸움 아닐까.    다만, 나와 아내는 싸우더라도 확실한 룰이 하나 있는데 아이 앞에서 싸웠다면 반드시 화해하는 모습까지 보여주고, 네 앞에서 싸워서 미안하다고 사과할 것과 다시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참 많은 싸움을 치뤄냈지만, 한 번도 룰을 어긴 적은 없다.    전혀 싸우지 않는, 그야말로 완벽한 부부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당연히 좋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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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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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할 수 없는 건 나중에도 할 수 없다 -

가장 최근에 얻은 따근따근한 지혜란, 상황이나 환경은 언제까지나 내 편이 되어줄 마음이 절대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언젠가 때가 되면, 지금은 못하지만 내가 평소에 미루어 두었던 것들을 마음껏 해낼 수 있는 날이 올 것으로 생각하며 살다간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명처럼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렇게 될 줄 알았지’라고 말하며 생을 마감하게 될지도 모른다.    상황이나 환경은 언제까지나 내 편이 아니다. 그러므로 나를 도와줄 리가 없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투쟁하듯이 싸워나가는 삶만이 지혜를 따라 사는 길이다.    현재 전업 육아를 하면서 매일 쓰는 것을 지켜나가는 것도 그 지혜를 깨닫고 실천하는 행위다. 과연 내가 글을 쓸 수 있는 상황이나 환경 따위가 허락되는 날이 올까. 물론, 당장은 아이가 어리고 손과 마음이 많이 가기에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한 것을 사실이고 이것은 갈수록 나아지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절대적인 시간이 늘어난다고 해서 내가 그 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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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똥 싸듯 써야 한다 -

내가 오늘은 진짜 똥을 잘 싸야되겠다 라고 은밀하고 위대한 계획을 가지고 사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대저똥이라는 것은 그 전날의 무엇을 먹었는가에 따라서 그 성격이 결정되는 법이다  장에 좋은 음식들을 잘 섭취하면 그것이 그 안에서리믹스 되어서 다음날 정말 깨끗하게 흘러나온다  힘을 줄 필요도 없다  ㅡ 주인님 제가 지금 세상의 밝은 빛을 보고 싶습니다  라는 신호가 온다 그때 그냥 문만 열어주면 쿨하게 하산한다 휴지를 흔들며작별을 고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장에 좋은 음식들이섭취되지 않으면그것이 그 안에서 복잡한 불협을 만들고화음까지 이르지 못하여서다음날안에서 난리가 난다  만유인력의 법칙을풀 가동시켜도 꿈쩍도 안하고 개방된 문으로 매연만 뿜기 일수고 문에다가 불을 질러놓듯이뜨거운 안녕질을 하고 하산한다 그러므로잘 싸야겠다는 것보다잘 먹어야 한다 그러면 알아서 잘 싸게 되어있다  나는글을 쓰는 것이 이와 꼭 같은 평행이론에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오늘은 진짜 글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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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나는 언제 알 수 있는가 -

요즘 어느때 보다 ‘진짜’에 대해 열광을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진짜처럼 보이는 가짜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그럴까? 그에 대한 실망의 냉정의 온도만큼, 진짜가 나타났다 하면 발연되는 열정의 온도는 대단하다.    아마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존재가 진짜가 되길 원하지 가짜가 되길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진짜가 된다는것은 쉽지 않고, 사실 무엇이 진짜와 가짜를 가르는 기준이며, 어떻게 해야지 그곳에 도달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그 미지의 세계, 원피스와 같은 진짜라는 영역에 도달한 사람들을 보며 열광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보통 자신의 진짜 모습에 대해서 잘 안다고 하는 사람은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진짜 모습을 모른다고 한다. 사람들에게 말하는 진짜 나를 알면 깜짝 놀랄걸? 이라며 말하는 그 진짜 나도 사실은 진짜 나가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진짜 나는 언제 알 수 있는가? 이것에 대한 한 가지 신화는 바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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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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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대화가 반으로 줄었다 -

요즘 아내와 대화가 반 이상으로 줄었다. 솔직히 말하면 대화하는 게 어색하고 힘들다.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것조차 이제는 힘겹다. 왜냐하면 얼마 전부터 서로 존댓말을 쓰기로 했기 때문이다.    심하게 뜬금이 없었다. 여보, 여기 좀 앉아 보세요. 왜 저런 말투를 사용하는 것일까. 혹시나 내가 잘못한 것 있을까 하고, 머릿속 블랙박스를 3일 전부터 해서 48배속으로 빠르게 재생해봤는데 딱히 흠이 없어보여서 기세등등하게 앉아서 왜 라고 말했다.    우리는 이제부터 서로 존댓말을 사용할 거예요. 도대체 왜? 이렇게 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어렸을 때부터, 부모가 서로 존중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인성 교육에 매우 큰 효과가 있답니다. 아내는 남는 시간에 주로 아이 교육에 관한 영상들과 자료들을 즐겨 찾아보곤 하는데, 그 중 아이 인성에 대한 영상을 시청하다 이렇게 하는 것이 정말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당장에 실천에 옮긴 것이다.    머리로는 끄덕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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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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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글에 만족감이 없을 때 대처하는 방법 -

ㅡ 제가 글을 써놓고 올리려고 하면 맘에 안 들어서 올리지 못할 때가 많아요.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이런 글을 써도 되나 싶기도 하고, 그래서 쓰긴 쓰는데 쓰지 말고 혼자 저장하게 될 때가 많은데, 이럴 땐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오늘 글쓰기 모임을 하면서 받은 질문이다. 그에 대한 내 대답은 이러했다. 저도 거의 매일 그렇습니다. 제가 글 써놓고, 와 이거 진짜 잘 썼다, 정말 만족스러울 정도다, 이렇게 해서 글을 올리는 경우는 한 100개 쓰면 5개 정도인 것 같아요. 대부분은 맘에 안 들어도 그냥 쓰는 것에, 쓰는 것을 이어가는 것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침내 꾸역꾸역 써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올려버립니다.    글을 쓰는 데 있어서 목적성을 어디에다가 두느냐는, 글 올릴 결심을 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곤 한다. 만약에 내가 쓰는 글이 완성도를 요구하는, 공모전이나, 원고료를 받고 작성하는 기획된 글이거나, 책으로 작업하는 원고 라면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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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말 한마디 -

아내와 나, 둘 중 누구의 삶이 더 힘들까. 이것을 저울질 할 때마다 우리는 싸우고야 말았다. 마침내.    일단 아내는 새벽에 기상을 하고 1시간 지하철을 타고 출근을 해서 내내 쉼 없이 일한다. 1대1 트레이너기 때문에 사람을 상대로 쉴 새 없이 말을 하고, 몸을 움직이며, 몸과 마음을 맞춰주는 서비스 업이다. 끼니도 챙겨 먹지 못하고, 앉지도 못하다가 녹초가 되어 온다.    나는 일단 새벽 4:30분에 잠시 출근을 한다. 6시에 퇴근을 해서 집에 와서 쉬다가 아내 출근을 도와 지하철까지 차로 데려다 준다. 집에 와서는 8살 김세음과 2살 김나음의 아침 식사를 챙겨주고 먹는 것을 도와주고, 김나음을 견제 하면서 김세음의 아침 공부를 지도하고, 학교 갈 준비를 시킨다. 나음이가 똥을 싸는 것을 신호 삼아 김세음을 등교 시키고, 집에 와서 아침을 먹고, 할 수 있는 집안일을 모조리 해버리고, 나음이와 오침을 취한다. 그리고 일어나서 나음이와 함께 세음이 하교를 시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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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지 않는 글감 찾기 비결 -

글을 꾸준히, 지구력을 가지고 쓰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매번 걸림돌이 되는 한가지는 글감에 대한 문제다. ‘오늘은 도대체 무엇을 쓰나’이것이 가장 큰 고민이 될 것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써야 할 것들, 쓸 수 있는 것들은 조금만 용기를 내면 없다고 할 수는 없는 편이다.    그보다 이 문제에 깊이 들어가 보면 마주하게 되는 본질적인 것은 ‘글감이 없다’라기 보다는 ‘이게 과연 글감이 될까’라는 질문이다. 이 질문은 생각보다 많은 용기와 시간을 빼앗아 간다. 특히 시간과 여유가 많으면 많을수록 커지는 괴물과 같다.    이게 글이 될까? 이런 거 써도 될까? 너무 TMI 아닐까? 이걸 읽고 뭐라고 생각할까? 가만히 마주 보면 모조리 독자에 대한 질문이다. 하지만 그 질문이 대상이 되는 실체는 전혀 명확하지 않다.    이 영역에 들어가면 괴상하게 평소에 내 글에 반응을 전혀 안 해줬던 무심한 사람들, 제법 가깝지도 않았던 사람들이 먼저 떠오른다. 여기서 허우적거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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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매 순간에 밑줄을 그을 수는 없지만 -

20대 때 읽었던 책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지 않는 책 중 하나는 어떤 ‘명언’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한 장 한 장을 펼칠때마다 모두 반짝반짝 빛나는 말들이, 단문으로 구성되어 있는 책이었다. 버릴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모두 밑줄을 그었는데 결국에는 몇 장 읽지 못한 채 덮어버리고 다시는 읽지 못했다.     이상했다. 분명 반짝거리는 말들만이 모여있었는데 스쳐 지나갈 때는 무척 달콤했으나, 그 잠깐의 달콤함이 끝이었다. 어떤 문장들도 마음에 오래 머물지 않고 결국 소멸되고 말았다.     시간이 흐르고, 많은 글을 읽고, 또한 쓰다 보니 어렴풋이 알게 되는 것들이 있었다. 진정 좋은 글이란 수없는 좋지 않은으로 치부될 만한 평범한 문장들의 든든한 배경이 있었을 때 더 빛나게 되는 것이라는 걸. 그런 평범한 문장이 하나도 없는 좋은 문장들만 모아놓은 책은 오히려 좋지 않게 되어버린다는 아이러니를 말이다.     나는 내 삶의 모든 순간에 밑줄을 긋고 싶었다. 삶의 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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