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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과거로 되돌아간다해도 난 같은 선택을 할거야

본가인 양평에서 문산 세트장까지, 금요일 밤에 한참을 달려 도착한 시간_ PM 11:30_ 언니와 세트장에서 소품을 분류하고, 버릴 것과 아닌 것, 지금 가져갈 수 잇는 것과 아닌 것을 정햇다_ 지이이잉_ ‘퉈마너ㅑ내애누누마털아이아애에메문앙..!!’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많은 것을 쏟아내엇던 은이_ 은이는 사실 정신과상담을 받고 잇던 중에 나의 부름을 받고 용기내어 이번 촬영을 같이 해보겟다 한 친구엿다_ 너무나 재능도 많고, 욕심도 많아 일도 잘하고 시원시원햇던 그녀의 모습을 다시 보는 기대로 내민 손이엇는데_ 나의 그 연약한 손은, 이젠 서러움을 머금은 채 수화기를 잡고 잇엇다_ 선한 의도가 선한 결과를 보장해주진 않으니까_ ‘야..이제 막 암판정 받은 사람한테 너무 한거 아니니?!! 왜 듣고 잇어! 그냥 끊어!!!’ 큰언니가 울먹이면서 들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소리친다_ 나는 손으로 언니를 진정시키며, ‘은아(울먹)’ ‘너유라디누너여랴거고국가라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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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나도 암은 처음이라..(3)

지이이잉_ ‘어. 은아. 현장은 어때? 넌 괜찮아?’ ‘어. 언니.’ 벤치에서 울고잇던 모습이 마지막이엇던 은이엇다_ 목소리에 서늘함이 감돌앗다_ ‘언니. 여기에 돈 부쳐줘야 하고, 저기 얼마 그리고 나는 얼마가 필요해.’ ‘은아. 응. 알앗어. 문자로 적어서 보내줄래? 뭐뭐뭐 어디로 보내야하는지. 그리고, 현장진행비 들어잇는 카드에서 급한건 써. 거기에도 돈 더 넣어둘게’ ‘네. 정리해서 보낼게요. 근데..수습은 안하세요, 미감님? 아니 이렇게 여기 우리는 미친듯이 현장 쳐내고 잇는데, 감독님이나 CP님은 나보고 어떻게 된거냐고 묻고, 나보고 어쩌라고요. 미감님이 수습을 하셔야죠. CP님은 진짜 암이 맞냐고 하고. 진단서 좀 보내주세요.’ 어지러웟다_ 다른 사람이 아닌 저 친구의 마음에 의심이 들엇구나 라는 생각이 들엇다_ 진단서를 사진으로 찍어 보냇다_ ‘어. 미안. 내가 검사 받는다고 병원 다니다가 CP님께 연락을 못드렷네. 지금 수습할게.’ ‘이제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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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나도 암은 처음이라..(2)

며칠에 걸쳐 검사를 끝내고 담당의를 만낫다_ ‘수술날짜를 잡아야 하는데..수술이 많이 밀려잇어서, 4월 말은 되야 할 것 같네요.’ 같이 와준 큰언니가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다_ ‘아…다른 방법은 없는건가요?’ ‘로봇수술로 하시면 조금 더 빨리 하실 수는 잇어요.’ ‘일반 수술로 진행하겟습니다.’ ‘네 그럼, 4월.. 27일로 수술 날짜 정하겟습니다.’ 진료실을 나온 큰언니가 말을 잇는다_ 아는 분 중에도 암수술을 하셧는데, 빨리 되는 수술이 로봇수술이라 진행햇더니 비급여로 몇천만원 수술비가 나왓단다_ 언니가 알아보겟다고 햇다_ 다음날_ ‘순천향병원에서 가져와보래’ ‘응?’ ‘일단 검사자료 떼러 아산병원에 가자. 원래 암수술 받을 때 여러군데 다녀보고 정해야해. 뭐든지 해봐야지.’ 부랴부랴 아산병원에 가서 검사기록들을 떼고, 담당의 소견서를 기다리고 잇엇다_ 담당 간호사님께서, ‘수술 예약하셧는데 왜 기록이나 소견서를 떼가세요?’ 라고 물으셧다_ 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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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나도 암은 처음이라..(1)

‘사람들한테 굳이 말하지 말고, 언닌 아무 신경쓰지마. 내가 알아서 할게. 감독님이랑 CP님만 알면 됏지.’ 정말 옆에서 이렇게 말해주는 사람이 잇어서 얼마나 감사햇는지 모른다_ 앞으로 어떤 하루하루를 보내게 될지 상상도 못한 채, 주어진 위안들에 안심하며 병원만 다녓다_ 아산병원에서 다시 정밀검사가 시작됏다_ 채혈부터 엑스레이, 3D유방 검사, PET CT 등등_ 발길에 치여 바닥을 굴러다니는 돌멩이처럼 병원을 헤매이고 돌아다니다 마지막 검사 대기실에 앉앗다_ ‘세침검사’라고 햇다_ 난생 처음 들어보는 검사엿다_ - 이름이 불길해. 세침..또 찌르는 거니..양쪽 팔이 주사 자국으로 이미 너덜너덜한데… - ‘RUM님 들어오세요.’ 좁은 방이엇다_ 내가 누울 자리로 보이는 곳이 보엿다_ 수술용 청록색 천으로 내 얼굴을 가린다_ 참고로, 수술과 치료과정 내내 병원에서 나는 잘 참는 환자엿다_ 긴 주사바늘이 내 쇄골부분부터 깊게 들어온다_ 온 신경을 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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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maniac
[일상공감] 엄마가 여행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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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 엄마가 여행을 떠났다

감사함을 잊고 잇엇네요, 제가_ 예쁜 마음 생각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_ 저도 부모님을 근처에서 모시고 잇어서, 한글자 한글자 선명하네요_ :) 감사히 잘 읽겟습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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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SNS를 전혀 하지 않는 내가 얼룩소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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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 SNS를 전혀 하지 않는 내가 얼룩소에 빠졌다

저도요_ 뭔가 SNS를 하면 퍼블릭에서 큰 소리로 내 생각이나 사생활을 TMI하는 기분이랄까요_ 글쓰는 걸 좋아만(!)햇는데, 글자 수 한계에 트워터도 아니구나 싶고_ 해서 정착햇던 건, 제 작고 소중한 ‘아이폰 메모장’ 이엇어요_ 얼룩소는 자유롭게 그냥 끄적거릴 수 잇어 참 좋습니다!!_ ㅎㅎㅎ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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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뭐 잘못한거 잇어?

드라마를 진행할 땐 여러모로 생각할 것들이, 해야할 일들이 많다_ 참 다양한 직업을 해봣지만, 가장 많은 능력과 노동력이 요구되는 분야가 드라마 미술이란 생각이 든다_ 그래서 늘 주위엔 도움을 주는 분들이 많다_ 가끔 원하는 소품이 없을 땐, 촬영지 근처의 고물상을 찾아가 구입도 하고 사장님과 친해두기도 한다_ 마지막 작품 때에도, 언제나처럼 근처 고물상 사장님께 많은 도움을 받고 잇엇다_ 젊은 사람이 열심히 산다고 많이도 예뻐해주신 그 사장님을 암 진단 이후 마지막으로 찾아뵈러 갓다_ ‘사장님.. 저 여기서 촬영 00일에 끝나요. 빌려주신 소품 덕에 잘 찍엇습니다. 감사해요.’ ‘며칠 뒤에 끝나는데 오늘 왜 왓어?’ ‘감사 인사 드리려고요.’ ‘촬영 끝나는 날 내가 가지러 가면 잇을텐데, 뭐 여기까지 와.’ ‘아..사실 제가.. 수거해 가실 때 현장에 없을 것 같아서요.’ 말하는 게 맞을까_ 그냥 둘러댈까_ ‘음.. 저 사실.. 암이래요. 수술 받아야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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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무조건 빨리 수술할 수 잇는 곳으로 가세요

무슨 정신으로 병원까지 운전을 하고 왓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_ 둘째언니는 내일이 이사라, 빨리 달려오지 못하는 모양이다_ 병원 건물을 들어서는데, 무거운 공기에 눌린 걸음이 천근만근이엇다_ ‘RUM님 들어오세요’ ‘저…암인가요..?’ ‘네 모양이 그렇게 나쁘지 않앗는데, 조직 검사 결과가 이렇게 나와서 저희도..큰병원으로 트랜스퍼 해드릴 서류는 저희가 알아서 잘 준비해드릴게요. 혹시 병원은 정하셧어요?’ ‘아..아니요..그냥 달려와서 정신이 없는데..’ 순간 현실이 아닌 것 같앗다_ 지금 당장 병원을 정해야한다니, 나는 이제 막 내가 암이란 걸 들엇는데_ 머뭇거리다 그냥 머릿 속에 떠오르는대로 툭_ ‘아산병원이요..’ ‘환자분, 요즘 유방암 수술은 어느 병원이나 잘 해요. 환자분의 경우는 특히, 무조건 빨리 수술할 수 잇는 곳으로 가세요.’ ‘네.. 아는데가 아산병원 밖에 없어서요..일단..’ ‘네 그럼 일단 그쪽으로 예약 진행해드릴게요.. 혹시 또 다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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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결정은 옆에서 해주는거야

‘감독님~ 이거 어디에 둬요? 감독님? 언니!’ ‘어어..미안 병원에서 연락이 와서..’ ‘뭐래??’ ‘어떡하냐..나보고 빨리 오래…’ ‘응??? 지금 뭐하고 잇어??!! 빨리 병원가야지!!’ ‘촬영 이제 2주도 안남앗는데 끝내고 가지 뭐..’ 무서웟다_ 별거 아닐 거라고 믿고 싶엇던 것도 같다_ ‘무슨 소리야?!! 가족 중에 지금 와줄 수 잇는 사람 없어? 연락해 빨리’ ‘촬영은…’ ‘언니! 사람이 아프면 제대로 된 결정을 원래 할 수 없어. 그래서 결정은 옆에서 해주는거야. 내 결정은 언니가 지금 병원을 가는거니까 가족한테 연락해 빨리!!!’ 팀원의 결정에 이끌려 둘째언니에게 전화를, 병원 방문시간 예약을, 내가 없으면 안되는 결정들을 빠르게 처리햇다_ 병원을 가려고 스튜디오 문 앞을 나서는데, 아까 내가 주저앉앗던 그 벤치에 나에게 얼른 가라고 소리치던 그 팀원이 앉아 울고 잇엇다_ ‘울지마, 나 안죽어. 갓다올게’ 이후 나는, 누가 아프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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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원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2020년 4월 3일_ 드라마 미술감독이엇던 나는, 늘 그렇듯 세트장에서 작업을 하고 잇엇다_ 지이이이잉_ ‘여보세요?’ ‘RUM님이시죠? 병원입니다. 지난주 검사하신 것 때문에 연락 드렷습니다.’ ‘아, 네. 별거 아니죠?’ ‘검사결과 받으러 내원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는 약속햇엇다. 조직 검사 결과가 좋지 않으면 ‘빨리 내원하시라’고 하겟다고.  ‘빨리 안가도 되는거죠?’ ‘아니요..최대한 빨리 오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스튜디오 앞 벤치에 털썩이며 주저앉앗다. ‘저..촬영이 잇어서 당장은 못 가는데…어..어… 잠시만요..’ ‘무슨 일이든 그냥 빨리 오셔야할 것 같아요..오늘 바로 오시죠.’ 봄냄새가 나는 햇살이 참 따뜻햇다_ ‘다시 연락드리겟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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