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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의 개척자, 나운규(羅雲奎, 1902~1937) 비밀한 사람 싸울 때 가장 두려운 상대는 누구일까. 목이 얼굴보다 두껍거나, 주먹이 솥뚜껑 만하며, ‘만두귀’를 가진 사람을 조심하면 된다. 이런 사람과 시비가 붙는다면 싸우려하지 말고 도망가야 한다. 그런데 사실 이보다 더 무서운 상대가 있다. 바로 미친 사람이다. 칼을 꺼낼지 낫을 들지 모르는 사람. 어떤 적의를 품었는지 알 수 없는 비밀한 사람. 인생에 더 이상 미련이 없는 듯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날선 분노를 그대로 쏟아내면서도 한없이 침착한 존재. 이런 상대를 만난다면 얼마나 큰 공포를 느낄까.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은 나운규(羅雲奎, 1902~1937)의 영화 <아리랑>을 보고 바로 이런 서늘한 감정을 느꼈다. <아리랑>은 직접적으로 독립을 주장하거나 일제를 배격하는 정치적 구호가 드러나지 않아 상영을 원천적으로 금지할 수 없었지만, 나운규의 영화를 보는 일본인과 조선인 관객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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