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외교 참사 앞에서 - 21세기 '황저가'(黃猪歌)

김형민
김형민 인증된 계정 · 역사 이야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
2023/01/17
사상 최악의 외교 참사 앞에서 - 21세기 '황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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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구려 유리왕 때 태자 해명은 무용이 뛰어났다. 이 소식을 들은 이웃 황룡국에서 강한 활을 선물로 보낸다. 그러자 해명은 활을 힘껏 잡아당겨 활을 부러뜨려 버린다. 그리고는 한 마디 "내가 센 게 아니라 활이 약하구만." 생각해서 보낸 선물을 부러뜨린 것도 유쾌한 일이 아닌데 선물 준 사람의 체면을 구긴 말이었다. "뭐 이 따위를 선물이라고 주냐."의 의미였을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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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해명의 의도는 이런 ‘이벤트’를 통해 고구려를 함부로 보지 말라는 경고를 남기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의도를 고려한다 하더라도 이런 경박하고 무례한 언동은 신생국 고구려의 외교 관계에 크나큰 부담을 가져올 수 있었다 황룡국 국왕 얼굴은 불그락푸르락 섞여 보랏빛이 돼 버렸고 아버지 유리왕도 격노한다. "철이 없어도 분수가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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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바람의 나라> 중 해명태자
유리왕은 이 외교적 파국을 풀 방안으로 자식의 목숨을 내놓을 생각을 한다. 외교란 그렇게 무겁고도 엄중한 것이다. 유리왕은 황룡국으로 해명을 사신으로 보내고는 죽여 달라고 부탁한다. 언뜻 비정한 아버지 같지만 나는 이것도 일종의 외교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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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를 일으킨 인물의 처벌을 상대방에게 맡겨 버리면 상대방은 엄청난 부담을 짊어진다. 유리왕의 속삭임대로 죽여 버리면 고구려 왕자를 죽인 정치적 책임과 더불어, 사신으로 온 한 나라의 왕자를 죽였다는 비난의 대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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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명도 대담한 사람이었다. 아버지가 황룡국왕에게 뭐라고 귀띔을 했는지 모르지 않았고, 황룡국행의 의미를 잘 알았지만 황룡국으로 향한다. "하늘이 나를 죽이려 하지 않는다면 황룡국 왕이 어찌 감히 나를 어떻게 죽이겠느냐?" 이는 대담할 뿐 아니라 황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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