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글: 내가 '착하다'라는 말을 쓰지 않는 이유 by 서툰댄서

2021/11/11

나는 '착하다'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6살 딸에게 이야기할 때도 그냥 '대단하다' 혹은 '멋지다'라고 해주거나 그 행동을 말로 표현해준다. '친구와 나누었구나', '정리를 잘하는구나'와 같이. 나는 원래 '착한' 아이였다.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고 주변 이들을 배려하며 나보다도 남을 먼저 챙기곤 했다. 그러자 부모님은 누군가에게 나를 소개할 때 늘 '착하고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잘하는 애'라고 소개했고 나는 다시 그 말을 내면화했다. 일요일마다 들었던 설교 내용 중에서도 '원수를 사랑하라', '일곱 번씩 일흔 번까지도 용서하라', '오른뺨을 맞으면 왼뺨을 내밀어라'라는 이야기들이 유독 뇌리에 남아 있었다. '양보', '배려', '희생', '용서', '인내'... 뭐 그런 것들이 가치 있다고 배웠다. 늘 받아들여야 했고 참고 양보해야 했다. 부당한 상황에서 싫다는 말도, 표현도 하지 못했다. 울고 짜증 내는 것은 물론이고 화내는 것도 당연히 허용되지 않았다. 그 누구도 ...

서툰댄서 · 네트워크를 꿈꾸는 자발적 실업자

2021/11/12

답글: 내가 '착하다'라는 말을 쓰지 않는 이유

국제정치/국제사회 젠더/청년/교육+1

착하다는 말에는 여러가지 뜻이 있는데 남의 말을 잘 듣고 자기 주장을 잘 못편다던지, 사회의 규범들을 고지식하게 따른다는 뜻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그런데 간혹 정말 착한 사람들 보면 감동이 될 때가 있더라구요. 그러지 않아도 될 일을 배려해주고, 관심을 가져주고,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주고.
외유내강이랄까, 순하면서도 약해보이지 않는 사람이 있고, 계산 없이 해맑게 착한 사람이 있고, 주눅들어 착해보이는 사람이 있고, 별로 안 착해보이는데 깊이 알면 속깊게 착한 사람이 있고.
착함도 여러 종류가 있는 것 같아요.
억지로 착해질 필요도 없고, 안 착해질 필요도 없는 것 같아요. 중요한 건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원하는 것을 잘 알면서, 양보를 하든 주장을 하든 하는 주체성일 것 같아요. 타인에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