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은 뭘 해야할까요? (1) - 학교는 고양이 금지구역인가요?

별꽃
별꽃 · 배움에 끝이 없다고 해서
2021/11/17
국 도 사 수 과 체 음 미 영 실
네, 저는 이것저것 수업하는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위에 적어놓은 10가지 과목 외에도 여러가지를 수업합니다.
창의적체험활동이라는 이름으로 "요새 학교에서 이런 것도 해요?"라는 말을 듣는 다양한 수업을 합니다.
가령 예를 들면 우리학교에는 돼지가 살고 있어요.
실과 시간에 동물에 관해 공부하는데, 그렇게 시작된 돼지와의 공생이 벌써 3년을 훌쩍 넘겼습니다.

아주 짧은 소견이지만, 초등학교 교육과정은 '넓고 얕다'는 특징이 있다고 생각해요.
어린이들이 다양한 경험을 조금씩 하면서
'나'를 알아가고
세상을 알아가도록
초등교육이 역할을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어쩌면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서, 매번 고민이 됩니다.
공교육은 뭘 해야할지, 뭘 가르치고, 뭘 다뤄야할지.
공교육이 무엇을 선택함에 따라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배제되는 것들이 생깁니다.
'학생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객관적으로, 중립적으로 문제를 제시하라고 쉽게 말하지만-
현장에서는 이게 참 어렵더라고요.
이미 어떤 문제를 아이들에게 내놓는 과정부터가 '정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감하게 제 고민을 털어놓지 못 하고 괜히 빙빙 돌고 있네요.
(이러한 태도 역시 교사로 지내면서 학습됐다고 핑계를......)

학교는 고양이 금지구역이어야 할까요?



작년 이맘 때쯤

어떤 당돌한(?) 고양이가 학교 안에서 출산을 했습니다.
셋이나 태어났고, 하필 꼬물이들이 자리를 잡은 곳은 학교건물 중앙현관 앞이었어요.
코로나때문에 어느 기관을 가든 비슷한데-
당연히 학교도 중앙현관만 열어놓고 모든 사람들이 중앙현관으로만 출입을 합니다.
하필 전교생이 들락거리는 중앙현관 앞에 꼬물이들이 자리를 잡았고,
난리가 났습니다.
어떤 난리일까요?
아이들이 고양이 한 번 더 보겠다며 근처에 몰려들고,
매일 츄르를 사오는 녀석들까지 생겼죠.
애들을 말렸지만, 이게 말린다고 말려지나요..
저나 어른들이 계속 중앙현관 앞에서 꼬물이들 보디가드를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함부로 꼬물이들을 다른 곳으로 옮길 수도 없고.
안타깝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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