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차가 뭐라고, 사람이 이렇게 변하니
2024/05/11
최근에 인터넷 알고리즘 추천 뉴스를 보다가, 리듬체조 국가대표 출신 손연재가 ‘200만 원대 유모차’를 공개했다는 기사에 눈길이 갔다.1) ‘200만 원대 유모차’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한 브랜드 유아차2)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여성 유명인의 과시적 소비를 미끼 삼아 사회에 유의미한 내용은 없는 낚시성 제목의 기사들을 지나치게 많이 봐온 탓에 호감이 가는 뉴스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 유아차의 정체가 내가 단박에 떠올린 그 유아차가 맞는지 궁금해 기사를 클릭했다. 딩동댕! 나는 정답을 맞혔다. 그리고 전혀 기쁘지 않았다.
내가 그 유아차를 알아맞힌 데에는 사연이 있다. 아이를 낳고 산후조리원에 들어간 뒤부터 하루종일 맘카페와 인터넷쇼핑몰을 들락거리며 분유부터 젖병, 공갈 젖꼭지(쪽쪽이), 가제손수건과 수유 쿠션을 검색하기 바빴지만, 그 어떤 육아용품과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오랫동안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던 것이 바로 유아차였다.
왜 하필 유아차였을까. 내 삶이 육아와 무관하게 느껴졌던 과거에는 다른 사람들이 끌고 다니던 유아차가 별달리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린이를 태워서 밀고 다니는 수레’(표준국어대사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처음에는 별 고민 없이 중고 거래 앱에서 ‘무료 나눔’을 하는 유아차를 구입했다. 중고 거래 앱을 자주 이용하다 보니 ‘무료 나눔’인 물건들이 가진 어떤 공통점을 발견했는데, 한마디로 말하자면 ‘돈 주고는 안 살 것 같지만 아주 쓸모가 없지는 않다’는 점이다. 여기서 “돈 주고는 안 살 것 같다”는 판단은 주로 그 물건의 브랜드나 ‘비주얼’에 달려 있다. ‘무료 나눔’인 물건들은 주로 한물간 유행의 디자인이거나 해졌거나 파손된 부분 같이 상품으로써의 가치를 현저히 떨어뜨리는 요소를 가지고 있어 ‘비주얼’이 좋지 않지만, 그 물건이 애초에 만들어진 용도로 사용이 가능한 물건. 내가 ‘무료 나눔’으로 구입한 중고 유아차도 딱 그에 부합하는 ‘무료 나눔-스러운’ 물건이었다.
그것은 어느 브랜드인지 알 수조차 없는 데다 얇고 쿠션감...
일을 하고 두 아이를 키웁니다. 책과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부글거리는 생각들을 오래오래 들여다보며 쓰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