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균
유한균 인증된 계정 · 출근시간에 우린 누구나 철학자가 된다
2024/08/31
일본에서 바라본 동해는 놀랍도록 아름다웠다. 시가지를 벗어나 해변으로 들어서자 하얀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었다. 특유의 바다 비린내도 거의 나지 않았다. 물색이 너무 예뻐 갑자기 발이라도 담그고 싶어졌다. 계획한 바는 아니지만 양말까지 벗고 첨벙첨벙 들어섰다. 주변을 둘러보니 소나무 해안림으로 둘러싸인 아늑한 공간이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옛 성터가 마치 방파제처럼 둘러싸고 있어 파도도 잔잔하다.
키쿠가하마 해변에서 본 동해 @촬영
그리고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며 저 바다 건너에 우리나라가 있겠거니 생각이 미쳤다. 지도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달라질 때 느끼는 기묘한 감각이 있다. 동해가 낯설게 느껴졌다.
   
사실 이번 여행은 이곳 하기(萩)를 중심으로 계획했던 여행이었다. 꼭 한번은 직접 오고 싶은 도시였다. 여행기도 하기 편을 위해서 쓰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이번에는 문장을 쓰는데 적잖이 부담이 느낀다. 결국 내가 여행을 통해서 보고 느끼고 생각했던 것을 옮기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내 밑천이 글 때문에 모두 드러날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숙소가 있던 유다 온천에서 버스를 타고 2시간을 꼬박 달렸다. 산길은 구불구불 계속 이어졌다. 도착해 보니 정류장부터 교복을 입은 중학생들이 잔뜩 줄을 서 있었다. 하기는 일본에서 대표적인 수학여행 장소다. 우리나라로 치면 공주나 익산 같은 느낌에 가깝다.
   
하기시는 인구가 채 5만이 되지 않는 소도시다. 동해에 맞닿아 있고 나머지 삼면이 산이다. 방파제가 보이는 어촌 풍경은 어느 그리 특출난 게 없다. 그럼에도 이곳을 사람들이 찾는 그 역사성 때문이다. 메이지 유신이 일어났던 중심지였다. 그래서 일본의 유네스코 등재 목록인 <일본의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 중 5개가 이곳에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모이는 곳은 아닌 것 같다. 하루 종일 있으면서 영어를 들어 본 적은 없었다. 시골은 시골이다...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배웠던 공부들이 어느새 거짓말처럼 향 연기마냥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나이가 들어도, 그 시절 고민했던 내가 남아있게 글을 남깁니다.
28
팔로워 70
팔로잉 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