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궁금해서 야마구치> 1. 해협 이야기 (부산)

유한균
유한균 인증된 계정 · 출근시간에 우린 누구나 철학자가 된다
2024/08/02
배를 타고 대한해협을 건너보자.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에겐 지도를 보는 취미가 있다. 내가 가보지 못한 이국(異國)들을 손으로 하나하나 짚어보며 상상하곤 하는 것이다. 이따금 그러면 일본이란 나라가 멀지 않다는 사실이 크게 다가왔다. 지도를 펼치고 내가 사는 도시에서 동남쪽으로 시선을 돌려서 쭉 내려가면 땅이 끝나고 대한해협이 보인다. 그 건너 부산 앞 대마도를 지나 일본 본토. 시선이 그리 자연스레 닿게 된다. 여행은 이 방향을 따라서 뱃길로 그대로 따라갔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번 여행은 일종의 도피였다. 그 무렵 세상살이가 내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 도중이었다. 답답한 마음 어디론가 떠나고만 싶었다. 그래서 마음을 먹은 당장 다음날 출발하기로 했다.
   
전혀 계획에 없던 여행이었다.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또 기회가 없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하루 만에 해외여행 준비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바쁘게 준비해야 할 것들이 산더미였다. 집 베란다 창고에서 나의 노란 캐리어를 부랴부랴 꺼냈다. 인터넷으로는 숙소를 예약하고 배표를 확인했다. 일본 여행에는 비자가 필요하지 않아 그나마 천만다행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이리 하루 만에 해외여행을 시작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다음날 동네 기차역까지는 캐리어 가방을 끌고 걸었다. 얼렁뚱땅 시작이다. 거기서 고속철도를 타고 3시간이 채 되지 않게 달리면 바로 부산역에 도착한다. 다행히 부산 국제여객항은 걸어갈 만한 거리였다. 그곳에 시모노세키로 출항하는 배편이 있다.
처음 와 본 부산역 @촬영
부끄럽지만 내 인생에서 부산은 처음이었다. 지금껏 방문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촌놈처럼 부산역에 내리자마자 두리번거리며 기념사진도 찍었다. 부산의 첫인상은 상상 이상으로 화려했다. 아마도 산과 바다 사이 좁은 공간에 현대적인 빌딩들이 몰려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도시의 뾰족한 개성이다. 그렇게 새로운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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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웠던 공부들이 어느새 거짓말처럼 향 연기마냥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나이가 들어도, 그 시절 고민했던 내가 남아있게 글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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